소금(2002년 12명), 촛불(2003년 16명), 반석(2004년 14명), 샘물(2005년 17명), 뿌리(2006년 22명)
코리안리에는 다른 기업에 없는 회사가 공인한 사적 모임(?)이 매년 하나씩 만들어진다. 신입사원 모임이다. ‘소금’은 2002년 입사자 12명에게, ‘촛불’은 2003년의 16명에게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2002~2003년 당시 코리안리는 외환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막 도약하던 시기였고, 자신을 녹이고 태워 조직의 밑거름이 될 인재가 필요했다.
‘소금’과 ‘촛불’에는 이 같은 기대와 여망이 담겨있다. 반석과 샘물, 뿌리에도 각 시기별로 회사의 여건과 바람이 반영되어 있다. 소금에서 뿌리까지의 81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어 든든하고 뿌듯하다.
신입사원 공채가 2002년부터 시작된 건 아니다. 그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입사자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미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야외면접을 거쳐 입사한 것이다.
신입사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들판에서 뛰놀던 야생마들이다. 나는 그들의 야성(野性)을 좋아한다. 야성의 가장 큰 매력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적 본능, 즉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려는 강한 생존본능에 있다. 생존을 위한 도전과 승부근성, 때로는 저돌적이고 때로는 전략적인 상황대응은 모두 야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변화가 빠르고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기업은 시시각각 각기 다른 경쟁에 내몰리게 되고, 따라서 직원들의 야성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다. 온실 속에서 성장한 사람은 조직을 이끌고 풍랑을 헤쳐 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2002년부터 서류전형과 실내면접 통과자를 대상으로 최종 관문인 야외면접을 도입했다. 현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의 덕목인 창의력과 도전의식, 희생정신 등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서류전형과 실내면접을 통해 최종합격자의 2배수에 해당하는 50여명을 추려낸 뒤 이들을 새벽 7시에 산에 집합시킨다. 그리고는 등산→축구→텐트치고 접기→단체 줄넘기→이어 달리기→사우나→음주가 포함된 식사예절테스트 등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15시간여의 강행군을 통해 동행하는 임원 및 선배들로부터 다면평가를 받는다.
남녀 구분 없이 팀을 짜서 새벽 산을 오르고 오후에는 운동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며 야성을 검증 받는 것이다. 저수지 물이 빠지면 바닥의 퇴적물이 그대로 노출되듯 힘든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내면에 잠복됐던 본성이 가감 없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공들여 뽑은 직원은 부서배치 이후 약 8개월에 걸친 멘토링 프로그램과 국내외 연수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 육성된다.
특히 멘토링 제도는 경영철학과 기업문화, 회사의 비전 등을 전수하는 CEO와 임원후견인, 부서업무 및 개인적 애로사항을 담당하는 부서후견인 등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쌍방향 의사소통이 원활해 후견인과 신입사원 양쪽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각자 다른 개성과 백그라운드를 가진 입사 동기들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춤, 노래, 외국어, 운동 등 무얼 하든 이렇게 열정적으로 잘하는 친구들을 보지 못했다. 공부만 하던 샌님(?)이 많을 것이란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그들의 재능과 열정에 숙연해진다. 이들과 함께라면 무얼 해도 잘 하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입사한 ‘뿌리’ 중 한 명이 사외보에 쓴 글이다. 회사의 자산은 사람이고 인재양성은 곧 기업의 경쟁력이다. 아직은 설익고 풋풋하지만 신입사원 한 명 한 명이 코리안리의 미래인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장강(長江)의 앞물은 뒷물에 밀려가는 게 대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코리안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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