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가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안 처리문제를 이번 주 안으로 결론 짓겠다고 나선 가운데 한국철학학회 등 인문ㆍ사회 과학 관련 20여개 학회 소속 교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한국철학학회 차기 회장인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철학과)는 25일 “일부 국회의원들이 로스쿨을 세우면 학부 과정을 없애야 한다는 기존 법안을 바꿔 학부를 그냥 두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법대만 살리고 인문, 사회 과학은 모두 죽이는 것이기에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이어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이 전문 법조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취지에 공감해 로스쿨 설립을 찬성했다”며 “하지만 법대 학부가 그대로 있는 데다 전문 대학원까지 생기면 누가 인문, 사회 과학을 선택 하겠느냐”고 반발했다.
한국철학학회, 한국역사학회, 한국영문학회, 한국정치학회, 한국경제학회 등 20여 개 단체는 지난 주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앞으로 회장단 명의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 단체는 26일 국회에서 ‘로스쿨법 개악 반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필요할 경우 더 ‘강한’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인문, 사회 과학 교수들이 이례적으로 집단 반발하는 것은 낮은 취업률, 고시 열풍 등으로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는 인문, 사회 과학이 자칫 생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서울대 인문대 한 교수는 “서울대를 비롯해 로스쿨을 하겠다는 주요 대학 법대들이 모교 출신 국회의원들을 조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꿩 먹고 알 먹겠다는 심보”라고 비난했다. 서울대 법대 관계자는 이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측은 “법대 학부 과정을 없앤다”는 내용을 뺀 대체 입법안 발의를 준비했다가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철회하기도 했다.
권 의원측 관계자는 “교육위를 통과해도 로스쿨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율사 출신 의원들이 대부분인 법사위 통과가 어렵다”며 “율사 출사 의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학부를 그대로 두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위는 27, 28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정부가 제출안 원안 처리 문제를 논의한다. 교육위 관계자는 “2009년 1학기 개원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번 달 안에는 무조건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도 “법대 학부 존치 여부에 대해 의원들의 입장 차가 커 통과 여부는 불투명 하다”고 내다봤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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