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에 의한 것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군사공격으로 희생된 민간인이 더 많다니…
AP통신은 2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올 들어 반군보다 미국과 나토 주도 다국적군에 의한 민간인 사망자가 더 많았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연합군 공격으로 최소 203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반면, 탈레반 반군의 자살폭탄 공격 등으로 숨진 민간인은 178명이었다.
유엔과 아프간, 국제 구호그룹 산하단체의 통계도 비슷하게 나왔다. 반군 소탕작전에서 미군과 나토군이 207명의 민간인을 숨지게 한 것으로 나타나 반군에 의한 민간인 사망자(213명)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 친미지도자인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최근 잇단 민간인 희생에 불쾌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토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23일 연설에서 “아프간인들의 목숨은 값싸지 않다. 그렇게 대우받아서도 안 된다”며 미군과 나토군을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등 서방의 지원으로 정부를 지탱해가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처럼 다국적군을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22일 남부 헬만드에서는 나토군 공습으로 민간인 25명이 숨졌고, 지난 주에는 나토군이 탈레반 반군과 전투를 벌이던 우루즈간주 초라 마을에서 민간인 52명이 몰살됐다. 18일에는 다국적군이 동부 파크티카의 알 카에다 은신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슬람학교에서 공부하던 어린이 7명이 숨졌다.
나토군도 잘못을 시인하고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닉 룬트 아프간 주재 나토 대변인은 “카르자이 대통령은 지난 며칠 간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것에 실망하고 분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국적군 지휘관들은 “민간인 희생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탈레반 반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5일 아프간에서 최근 3개월 간 300명의 아프간 경찰이 탈레반 반군의 테러 등으로 사망해 올해 아프간 경찰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이 같은 희생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채 보잘 것 없는 무기를 갖고 현장에 투입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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