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제이유(JU)그룹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된 구속ㆍ체포ㆍ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자 검찰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25일 브리핑에서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영장의 발부, 기각 기준을 전혀 모르겠다”며 “검사와 같은 수사 전문가도 이해할 수 없는 기준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극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법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차장검사는 이날 이례적으로 산하 특수1,2,3부와 금융조세조사1,2부 부장검사를 모두 배석시켰다.
검찰의 반발 배경에는 영장 기각이 수사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만 해도 JU그룹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모 경제지 전모 사장,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장 김모씨에 대한 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대한의사협회로비 의혹 관련자들의 영장은 모조리 기각됐고, 엔터테인먼트업체 팬텀과 다단계 업체 다이너스티 관련자들의 영장도 무더기 기각됐다.
수사의 출발점인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별사면과 JU 감세로비 관여 의혹이 제기된 H법무법인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고, 국세청 세금감면 로비에 개입한 서경석 목사의 경우 압수영장이 기각되고 수색영장만 발부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과 관련해 신청된 통신사실 조회 요청도 무더기 기각됐다.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확보하고 피의자 구속을 통해 관련 피의자의 존재를 추가 확인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출발 선상에서부터 장애물을 만난 셈이다.
검찰은 영장 발부와 기각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품수수 사실을 자백한 피의자에게 영장이 발부되는가 하면, 혐의를 부인한 피의자에겐 영장이 기각되는 등 기준이 모호하다는 얘기다.
압수수색영장 기각에 대해선 더욱 불만이다. 김 차장은 “압수수색영장은 수사 필요성이 있으면 청구할 수 있으며, 그 필요성에 대해선 수사기관의 판단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포영장 청구 때 검사의 범죄인지서를 요구하거나 사전구속영장 청구와 실질심사 간 최대 5일의 간격을 둬 수사의 신속성을 저해하는 점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광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나름대로의 영장 발부기준은 있지만 인신구속은 개별 상황을 따져본 뒤 결정하는 게 옳다”며 “압수수색영장도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할 경우 무작정 발부해주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영장 갈등의 근본 원인을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강화에서 찾고 있다. 공판중심주의의 핵심은 검찰에서의 피의자 진술조서 대신 법정에서의 검찰과 피의자간 공방을 통해 유ㆍ무죄 여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불구속 재판 강화로 이어지면서 영장 기각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은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입장이고, 검찰은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야 할 입장”이라며 “새 시스템이 완전 정착될 때까지 어느 정도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최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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