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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론스타보다 사모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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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론스타보다 사모펀드다

입력
2007.06.2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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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유별난 자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아주 많이 번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초창기 국내 구조조정시장을 선점한 덕분이지, 투자기법이 특출했다거나 혹은 부도덕했기 때문은 아니다.

스타타워에서 외환은행, 그리고 지난주 전격 처분한 극동건설과 스타리스까지 론스타가 2000년 이후 국내에서 거뒀거나 앞으로 거둬들일 차익은 5조~6조원에 달한다. 이것도 국부라면 국부인데, 외국인에게 주기엔 화가 날 만큼 큰 액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핵심은 론스타가 아니다. 사모펀드(PEF)다. 사실 론스타가 유독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우리나라에서 떼 돈을 번 곳은 한결같이 사모펀드들이다. 론스타와 비슷하게 간주되는 뉴브리지캐피탈이나 칼라일은 말할 것도 없고, '론스타류(類)' 보다는 좀더 공신력 있어 보이고 좀더 배울게 많아 보이는 골드만삭스나 JP모건 같은 투자은행(IB)들도 사모펀드 형태로 거액을 챙겼다.

유별난 것은 론스타가 아니라 사모펀드인 것이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도 "(한국인들이) 사모펀드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모르게 때문에 설명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너무 무심했다"고 말했다.

제도나 관행이나 모두 금융-산업자본의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사모펀드란 생소한 자본형태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이미 세계 자본주의의 새로운 중심세력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전통적인 금융ㆍ산업자본은 이제 찾기 힘들 정도다.

특히 불붙은 세계 M&A시장은 사모펀드(혹은 헤지펀드)의 독무대다. 올해 들어서만 사모펀드에 의한 M&A규모는 4,500억 달러에 달한다. 명문 자동차사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곳(서버러스)도 사모펀드이고, 택사스 최대 전기회사인 TXU를 사들인 곳(KKR)도 사모펀드다. 바슈롬 던킨도너츠 도미노피자 등 굴지의 기업들이 모두 사모펀드 손에 있다.

사모펀드는 이제 그 자체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이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고문으로 입성했고, 영국의 헤지펀드인 센토러스캐피탈도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총리와 켄 클라크 전 영국재무장관을 스카우트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칼라일의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모펀드는 이제 자본과 권력으로 무장, 시장을 거침없이 지배해나갈 것이다.

물론 거부정서도 많다. 반(反)세계화론자들은 사모펀드에 의한 무차별 자본공세를 비난하고, 노동운동가들은 사모펀드의 수익논리가 무자비한 감원과 해고를 유발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비난과 규제여론도 사모펀드의 위세를 막지는 못한다.

세계 사모펀드들의 서열을 매긴다면 론스타는 중위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세계 M&A시장에서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순위를 매긴다면, '중소물건' 쯤일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판단이 필요하지만 어쨌든 한국은 사모펀드들이 주도하는 세계M&A시장, 세계자본시장에서 주체로든 대상으로든 변방국임에 틀림없다.

론스타를 욕을 할 수도 있고, 세금을 매길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론스타가 아니라, 사모펀드다. 시장의 대세는 사모펀드인데, 론스타와만 아웅다웅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이 더 이상 세계 사모펀드, 헤지펀드들의 손쉬운 놀이터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론스타 카드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이성철 산업부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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