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한국무역협회가 독일월드컵을 맞아 한국 상품 붐을 일으키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월드컵 무역사절단 무역상담회’. 현지 바이어들을 비롯해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눈길을 끈 한 한국인이 있었다. 좌변기 시트를 두 손에 든 양복 차림의 이 사람은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바이어들에게 제품 설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 좌변기 위생시트 제조업체인 누리크린의 신교철 사장이었다.
신 사장은 위생시트에 대해서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열정을 갖고 있다. 위생시트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나 관공서가 있다면 부산 광주 등 지방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도 한 걸음에 달려간다.
그가 애초에 위생시트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 사장은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던 사업파트너가 우연히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일력달력을 좌변기에 적용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 대표는 이후 바로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그로부터 3년간 무려 2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위생시트인 ‘세니쿨’을 개발해 냈다. 이 때가 2004년이다.
고생 끝에 개발된 세니쿨은 세계 곳곳에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2004년 서울국제발명전시회 금상에 이어 같은 해 독일 세계신기술발명품전시회에서 또 금상을 연이어 받았다. 2006년 4월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발명·신기술 및 신제품전시회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
신 사장은 이 같은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60개국 특허 출원 및 등록을 마친 후 해외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 샘플 등의 형태로 소량 공급을 한 데 이어 2006년에는 미국 메리어트호텔에 50만 달러 상당의 세니쿨 공급계약을 했다.
신 사장은 “이번에는 1차분만 선적했고 향후 추가로 최소 30억원 이상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해 세니쿨 단품으로만 30억원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누리크린은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의 납품 계약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이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연간 100억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신사장이 세니쿨을 개발한 이유는 단순히 비위생적인 요소를 없애보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저분한 화장실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낭비 요소를 줄여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국내 화장실이 대부분 좌변식인데 최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변기 바닥을 휴지로 닦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수가 변기 위에 깔기도 하면서 화장지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니쿨을 사용하면 어림잡아 사용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변기 닦는 데 사용되는 휴지가 대략 2~4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한번 화장실 사용에 약 25.5원이 들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편리성도 세니쿨의 인기 요소다. 세니쿨은 뚜껑 여닫이로 자동 장착될 뿐 아니라 물에 녹아 한 번 쓰고 나면 변기에 휴지와 같이 버리면 된다. 물에 빨리 녹는 습자지처럼 얇은 종이가 펼쳐진 상태로 형태를 유지하고, 가격도 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신 사장은 이런 성능을 갖추느라 오랜 시간과 자본을 투여했다.
누리크린은 해외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그간 외면 받았던 위생시트가 국내에서도 서서히 주목 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은 위생시트를 대중화 하기 위해 3~4월 광화문ㆍ여의도ㆍ고속터미널역 등 12개 지하철역 화장실에 24개의 세니쿨을 시범 설치했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 시내에 30평 정도 규모의 공중화장실을 무료로 지어주고 한국의 앞선 공중화장실 문화를 전수하기로 베이징시와 합의했다.
신 시장은 서울시가 2010년까지 총 372억원을 투입해 좌변기를 468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여행(女幸)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시가 여성을 위해 화장실에 일회용 위생시트를 깔고, 에티켓벨도 별도로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신 사장은 신제품을 구상중이다. 기존 위생시트인 세니쿨에 에티켓 벨 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미 아이디어 구상은 끝난 만큼 신제품 제작에 들어가기 위해 디자인과 기능을 점검 중에 있다.
신 사장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도 위생시트가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새로운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으로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 누리크린 약력
회사 개요
▦설립: 2005년 11월28일
▦주요사업: 좌변기 위생시트
▦직원수: 15명
▦연매출: 30억원(2006년 기준)
▦수출: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뉴질랜드, 중국, 중동
수상 경력
▦2004년 12월 서울 국제 신기술 발명품 전시회 금상
▦2004년 10월 독일 국제 신기술 발명품대회 금상
▦2006년 4월 스위스 제네바 국제 발명 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 금상
유인호 기자 yih@hk.co.kr
■ 지하철 화장실에 시범 설치해 '세니쿨' 홍보
외출하면 하루 한번은 이용하게 되는 공중화장실. 하지만 이곳 변기 좌대에는 지하철 손잡이보다 44배나 많은 71만 마리의 세균이 득실댄다는 뉴스를 떠올리면 사용하기가 꺼림칙하다.
실제 서울대학교 미생물 연구소가 서울시내 5곳의 공중화장실에 좌변기 시트를 조사한 결과 17종의 대장균 그룹과 9종의 살모렐라균 그룹, 5종의 포도상구균 그룹으로 보이는 세균들이 검출됐다.
특히 여성 화장실의 좌변기 시트를 조사한 결과 강남고속터미널 호남선 13만 마리, 강남고속터미널 경부선 200만 마리, 동서울터미널 50만 마리, 용산역 74만 마리, 서울역 18만 마리의 세균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크린의 신교철 사장은 “화장실에 대한 위생 수준이 선진국보다 떨어지지 않으나 좌변기 오염은 상황이 다르다”며 “위생시트 사용 만이 유일한 개선책”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론 보도 후 국내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 메트로, 서울도시철도는 역사 내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위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화장실 좌대에 일회용 위생용 시트 페이퍼 ‘세니쿨’을 설치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광화문 여의도 고속터미널 월드컵경기장 남한산성입구역 등 12개 지하철역 화장실도 24개의 세니쿨을 시범 설치했다. 올해 4월 완전 개통한 대전 지하철도 2구역 10개역 전체 101개의 변기 좌대를 모두 세니쿨로 시공했다.
국내 대학에서도 세니쿨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양여대에서 학생 복지 향상 차원에서 화장실 위생 개선을 추진하자 신 사장이 세니쿨 140개를 무상으로 기증했다, 그는 서울대 병원을 비롯해 상당수 종합병원에 세니쿨을 무상 기증했다.
신 사장은 “깨끗하고 위생적인 처리에 일반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전국 지하철이나 터미널과 같은 공공 장소는 위생의 사각지대라 위생시트를 설치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