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대형 할인점을 들렀던 지난 어린이날, 다섯 살짜리 큰 아들이 매장 한 구석에 진열된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졸랐다. 날마다 집 안팎에서 낮고 안전한 유아용 자전거를 타던 아들에게는 헐렁한 옷처럼 큰 자전거였다.
아이는 처음에는 바퀴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페달을 앞으로 돌려야 자전거가 똑바로 나갈 텐데, 아이는 힘이 부치다 보니 자꾸 페달을 힘이 덜 드는 반대방향으로 밟았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의 조언을 들은 후 이내 앞으로 나가는데 성공했다. 또 금새 수월하게 방향도 바꿀 수 있게 됐다. 심지어는 속도를 내가며 장애물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꽤 세게 넘어졌는데도 더 이상 못 타게 할까 봐 아프다는 말 한마디 않고 꾹 참는 녀석을 보고, 결국 지갑을 열어 자전거를 사주었다.
아이는 그 이후로 날마다 자전거를 탔다. 처음에는 평지에서 타다가, 다음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연습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가령 왜 오르막에 닿기 이전에 미리 속도를 내야 하는지를, 아이는 거꾸로 넘어지는 봉변을 당하면서 배워나갔다.
여성들에게 투자란 바로 이런 자전거 타기 같은 것이 아닐까. 은행의 금융서비스가 소수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편리하다는 이유로 은행을 주로 찾는다.
하지만 투자는 저축과 다르다.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를 배워야 한다.
누구나 처음 무언가를 시작하기란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순간과 비슷하다. 자전거를 배우는 과정은 낯설고 또 힘들다. 간혹 넘어지기도 하고, 잘 나가다가도 새로운 지형을 만나 곤란에 빠지곤 한다.
세심한 관찰도 필요하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은 없는지 미리 알아보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같은 과정을 거쳐서 혼자서 자유롭게 달릴 수 있게 됐을 때 느끼는 희열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투자도 그렇다. 고난을 겪은 사람만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한 정 대우증권 압구정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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