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간부가 상호저축은행에서 수백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아 부동산, 주식투자 등을 일삼아 오다 구속됐다. 해당 저축은행은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3월 결국 6개월 영업정지 처분돼, 금감원에 대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한견표)는 25일 전남 최대 저축은행인 홍익상호저축은행 대표와 짜고 사실상 자신이 운영한 부동산투자 회사에 대출을 하게 하는 등 약 900억원의 불법대출을 주도한 혐의로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수석검사역(3급) 출신 양모(51)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금감원에서 상호저축은행 감독업무를 담당하던 양씨는 같은 금감원 수석검사역 출신 오모(구속기소)씨가 홍익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재직하게 되자 “홍익저축은행에서 대출 받아 부동산투자를 한 뒤 이익금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해버리자”며 범행을 기획했다.
양씨는 불법대출을 위해 아예 처남 명의로 부동산투자회사 R사를 차렸다. 이후 R사와 자신이 물색해온 토지 5,6건을 담보로 2005년 10월~2006년 6월 714억원을 홍익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 받았다.
양씨는 지인들을 상대로 대출도 알선했다. 그는 전원주택 사업가 안모씨의 부탁을 받고 평가액이 7억원인 토지를 담보로 30억원 대출을 주선하는 등, 2005년 9월~2006년 7월 181억원의 불법대출을 알선했다. 양씨는 또 처남 회사 명의로 20억원을 대출 받아 주식에 투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양씨가 불법을 주도하자 금감원의 관리감독은 무용지물이었다. 2005년 12월께 이뤄진 정기감사에서 양씨는 홍익저축은행 담당 감사반에 지원, ‘특별한 문제없음’ 평가를 내렸다.
양씨는 감사를 하러 전남 목포에 내려간 시기에 자신 친형 명의로 50억원 상당의 불법대출을 추가로 처리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감독을 해야 할 금감원 직원이 오히려 저축은행 사금고화에 적극 개입했다”며 “R사 등이 제공한 부동산의 유효담보물 평가액은 160억원에 불과해, 600억원 상당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