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과연 존속 가능한 제도인가. 재정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근본적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들어오는 돈은 점차 줄어드는데 나가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2047년으로 추정하는 연금 재정파탄 시기마저 휠씬 앞당겨질 위험성이 충분하다. 오죽하면 현직 장관이 '미래 재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는 험한 말을 쓰겠는가.
2006년 국민연금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 징수율은 88.7%에 그쳐 1999년에 비해 11% 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징수율은 매년 추락하는 추세다. 반면 연금 지급액은 4조 3,602억원으로 2005년보다 7,753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받지 못한 보험료는 2조 5,049억원으로 연금 지급액의 57.4%나 된다. 가뜩이나 밑 빠진 독의 구멍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징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연금에 대한 불신이 보험료 납부 거부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라는 사실은 관련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도 금방 드러난다. 이제는 분노의 표시 수준을 넘어 공공연히 보험료 납부 거부운동을 펼치는 저항의 단계로 발전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그들의 행동을 탓하기에는 연금 부실을 방치하고 불신을 키워온 정부와 정치인들의 잘못이 더 크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누더기 개혁으로 전락했다는 손가락질을 받아온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그나마 아직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사정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정부 산하기관들이 앞 다퉈 사학연금으로 배를 옮겨 타는 상황이니 어느 바보가 국민연금이 안전하다는 말을 믿겠는가.
일본에서는 허술한 국민연금 기록관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로 인해 정권이 위험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 재앙과 국민적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정치인은 빨리 행동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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