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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러시아 오페라의 독특한 뉘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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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러시아 오페라의 독특한 뉘앙스

입력
2007.06.2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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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오페라 극장가에서 가장 널리 공연되는 레퍼토리는 아무래도 이탈리아 오페라들이다. 다음이 독일, 프랑스 오페라다. 러시아 오페라가 그 뒤를 잇지만 빈도는 한참 떨어진다.

최근에 러시아 오페라 두 편을 볼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2006~2007시즌 화제작인 <예프게니 오네긴> 을 영화관 용으로 촬영한 <스크린 위의 오페라> (6월15~18일 호암아트홀), 다른 하나는 삶과꿈 챔버오페라 싱어즈가 우리 성악가만으로 공연한 라흐마니노프의 <알레코> (6월23, 24일 LG아트센터)였다.

러시아 오페라에는 이탈리아의 격정, 프랑스의 세련미, 독일의 구조적 완결성은 없지만 대륙의 스산한 기운이랄까, 역시 독특한 뉘앙스가 있다.

러시아 오페라를 공연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다. 요즘 성악가들은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어에 두루 익숙한 편이다. 전문적인 훈련도 받는다. 하지만 러시아어에 대해서는 아니다.

메트의 <예프게니 오네긴> 에서 가장 돋보인 가수는 미국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었는데, 그의 완벽주의적 성격으로 보건대 오랜 시간을 들여 러시아어를 제대로 공부했을 것이다.

더욱이 오네긴과 올가 역에 러시아의 명가수들이 출연했기에 러시아적인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었다. 이처럼 서구에서 러시아 오페라를 공연할 때 본고장 가수 몇 명을 데려오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알레코> 의 경우 언어적인 생경함은 어쩔 수 없이 드러났지만 이탈리아의 사실주의 오페라가 꿈틀대던 시기에 이미 러시아에 비슷한 스타일이 존재했음을 확인시켜줬다. 더욱이 이 작품은 라흐마니노프가 불과 스무 살에 쓴 음악원 졸업 작품이다.

7월에 러시아 오페라의 진면목을 접할 기회가 또 있다. 차이코프스키 말년의 걸작 <스페이드의 여왕> 을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팀이 내한해 7월5~7일 고양아람누리에서 공연하는 것이다. <스페이드의 여왕> 은 <예프게니 오네긴> 의 인기에 가려있지만 카드놀이로 일확천금과 신분 상승을 꿈꾸는 세태가 만연했던 러시아 사회를 무겁게 바라본 굉장한 오페라다. 요즘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은 마린스키나 볼쇼이 극장보다 지명도는 떨어져도 보수적인 두 극장에 비해 한층 신선한 무대를 펼치는 곳이다. 이번에도 이 오페라의 상징적 코드를 맘껏 풀어낼 것이다. 아직 러시아 오페라는 러시아 사람들의 연주로 보는 것이 제 격임을 생각하면 놓치기 싫은 기회다.

<예프게니 오네긴>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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