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대사로서 가장 힘든 점은 한국인들이 과테말라를 너무 모른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잘 아는 마야문명이 바로 과테말라에서 번창했는데도 말입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내에 위치한 주한 과테말라 대사관에서 만난 라파엘 살라사르(66) 대사는 과테말라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지’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과테말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 2년간 30번 넘게 대학서 특강을 했는데 과테말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태반이었다고 했다.
물론 그 원인이 한국인들에게 있지는 않다. 앞으로 양국이 서로를 알고 이해할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다. 특히 내달 4일에는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국제올림픽조직위(IOC) 총회가 과테말라에서 열린다.
살라사르 대사는 과테말라를 한국인들에게 알릴 좋은 소재로 마야문명을 들었다. 그는 “기원전 200년에서 기원후 200년 사이 마야제국의 수도였던 티칼에서 마야문명이 가장 번창했다”며 현재 티칼국립공원으로 재단장해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 된 그곳은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3,000개나 되는 크고 작은 건축물로 유명한 마야문명을 보여주는 티칼에 가면 마야 사람들이 과학과 수학에 매우 뛰어났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지금 쓰는 태양력은 윤년 주기가 4년이지만 마야력은 얼마나 정확한지 윤년 주기가 14년입니다.”
그는 또 코앞으로 다가온 IOC 총회를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과테말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 후보지로 평창과 러시아의 소치,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가 경합 중인데, 세 국가의 대통령이 한꺼번에 이번 총회를 앞두고 과테말라를 방문해 과테말라로서는 가장 큰 국제행사를 치르는 셈이라고 했다.
“IOC총회와 관련해 약 4만5,000명이 7월 초에 과테말라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전세계에 과테말라를 알리고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지에 있는 자신의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평창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평창 지원을 위해 과테말라를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한 콰테말라 대사로서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기쁨을 한국민들과 함께 누리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과테말라 헌법에 따르면 과테말라 정부가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IOC의 총회에 어떠한 영향력도 미칠 수 없다. 다만 과테말라 정부는 당초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이었던 노 대통령의 방문을 ‘개인적 방문’(private visit)으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는 등 한국, 러시아, 오스트리아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공식 방문인 경우 노 대통령은 평창 지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껏 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과테말라 정부가 개인적 방문으로 올 것을 요청했고, 노 대통령은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도 과테말라에 개인적 방문으로 옵니다.”
살라사르 대사는 공식방문이 아니더라도 노 대통령은 7월2일 오스카 베르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비자면제 협정을 포함한 각종 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비자면제 협정에 따르면 양 국민은 3개월간 비자없이 관광이나 상업 목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할 수 있다.
그는 “IOC총회가 열리는 동안 3개국 간의 치열한 후보지 경합뿐만 아니라 과테말라의 관광 및 투자 잠재력도 살펴보는 여유를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과테말라에는 마야문명외에 21개의 화산이 있고 그 중 절반이 활화산입니다. 그 주변에는 많은 온천이 형성되어 있어 한국인에게는 매우 좋은 휴양지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과테말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에게 유리한 투자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는 또 과테말라의 민속악기인 ‘마림바’ 한국 공연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마림바’는 실로폰과 비슷한 악기로 마야인들이 예로부터 각종 의식 때 사용해왔다. “서울 청계천의 각 다리에서 마림바를 연주하는 음악회를 열 테니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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