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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내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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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내일 개막

입력
2007.06.2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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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은 파리의 루브르, 마드리드의 프라도박물관과 함께 유럽의 3대 박술관으로 꼽힌다. 이 박물관에서 가져온 16~18세기 명화 64점을 소개하는 전시가 26일 덕수궁미술관에서 시작한다. 티치아노,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얀 브뤼겔 등 미술사 책에서 보던 거장 54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제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품들로 한국에는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13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배출하면서 유럽 역사의 중심으로 떠올라 16세기에 이르면 동쪽 헝가리부터 북으로 네덜란드, 남으로 이탈리아, 서쪽 스페인까지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영토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1809년 나폴레옹의 비엔나 침공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축소됐다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화에 걸맞게,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의 미술품들은 양과 질에서 최상급이다. 이번 전시는 특히 회화의 전성기인 17세기 바로크의 걸작들을 중심으로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 전역에서 모은 그림들로 구성, 16~18세기 서양 미술사를 개괄하는 교과서 구실을 한다.

시간으로는 르네상스ㆍ바로크ㆍ로코코 시대를 아우르고, 지역으로는 독일ㆍ베네치아ㆍ프라하ㆍ플랑드르ㆍ네덜란드ㆍ이탈리아ㆍ스페인을 망라한다.

관객으로서는 명화를 직접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렘브란트 말년의 작품인 < 책을 읽는 화가의 아들, 티투스>(1665년 경)에서 화면을 감도는 내밀하고 정신적인 빛, 크기 3m에 가까운 루벤스의 대작 <시몬과 에피게니아> (1617년 경)에 흘러 넘치는 관능과 매혹, 벨라스케스가 <흰옷의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 (1656년 경)에서 보여 주는 생생한 표현 등 원화의 감동은 도판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

16세기 베네치아 회화의 3인방, 티치아노ㆍ베로네세ㆍ틴토레토의 그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전시가 반가운 이유 중 하나다. 이 밖에 18세기 정밀화의 백미로 당시엔 다빈치의 <모나리자> 에 비견됐던 발타자르 데너의 <늙은 여인> , 17세기 독일 화가 크라나흐의 세속적 종교화 <롯과 그의 딸들> 등 전시작 하나 하나가 찬찬히, 오래 봐야 할 것들이다.

전시장은 누가 수집한 것이냐에 따라 구분된다. 합스부르크 왕가 컬렉션의 토대를 세운 16세기 티롤의 대공 페르디난트 2세, 예술 애호가로 유명했던 괴팍하고 우울한 황제 루돌프 2세, 네덜란드 총독을 지내면서 브뤼겔 등 당대 네덜란드 화가들을 아낌없이 후원했던 대공 레오폴드 빌헬름, 바로크 절정기의 황제 레오폴드 1세와 그의 아들 카를 6세, 손녀인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그들이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수집가의 취향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ㆍ문화적 흐름을 짐작케 한다. 가령 루돌프 2세가 후원했던 아헨, 슈프랑거 등 프라하 화가들의 그림은 스페인의 엘 그레코로 대표되는 바로크 회화의 매너리즘이 동유럽으로 건너가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들이다.

또 귀도 레니의 <참회하는 베드로> , 무리요의 <천사장 미카엘> 등 일련의 종교화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 이후 신교의 확장에 맞서 가톨릭에서 일어난 반종교 개혁의 정열과 연관된 것으로, 합스부르크 가문이 당시 가톨릭 교회와 더불어 반종교 개혁의 두 기둥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성서와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 많은 이번 전시는 서양 문화의 뿌리를 돌아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02)368-1414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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