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철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먹튀’ 논란과 관련된 현실적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론스타의 공언대로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인수 적법성에 대한 법원 판결 전에라도 경영권을 팔 수 있을 지, 매각 차익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가 가능할 지 등이 관심의 중심이다.
경영권 매각
론스타는 지난 22일 일부 지분(13.6%)을 정리하고도 여전히 외환은행의 경영권(51.02%)을 쥔 상태다. 존 그레이켄 회장은 이달 초 “법원 판결 전이라도 매각할 수 있다”고 말한데 이어 22일에는 “남은 지분 51.02%을 인수할 전략적 투자자를 계속 찾고 있다”며 조기 매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론스타의 입맛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미 감사원과 검찰이 차례로 외환은행 인수 과정이 불법적이었다고 결론내리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물론 론스타의 매각 자체를 막을 법적 장애물은 없다. 하지만 론스타가 법원 판결 전 경영권 지분을 팔 경우, 금융감독 당국이 새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ㆍ승인해야 하는데 적어도 법원의 1차(1심) 판단 이전에는 승인을 내줄 가능성이 희박하다. 행여 ‘먹튀를 눈감아 줬다’는 비난 여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 위해 51.02% 지분을 10% 이하(산업자본에는 4% 이하)로 쪼개 팔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만약 1심 재판부가 불법성을 인정할 경우 ‘금융감독 당국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을 것이고, 적법으로 판단한다면 감독 당국으로서도 마냥 적격성 승인을 늦출 순 없는 만큼 1심 판결이 론스타 경영권 매각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매각 차익 과세
론스타가 지난주 매각한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스타리스 지분에 대한 양도차익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하기는 표면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론스타는 세 회사의 주식을 각각 LSF-KEB 홀딩스, 극동홀딩스, 에이치엘홀딩스 등 벨기에에 세운 투자법인을 통해 사고 팔았다. 벨기에와 우리나라 간 조세조약은 비거주자의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해 거주지국(벨기에)이 과세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의 관례다.
만약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벨기에 법인을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로 판정하고 양도차익의 실질 귀속자가 미국에 있는 론스타 펀드임을 밝혀낸다 해도 역시 한미 간 조세조약에 따라 주식 양도차익은 소득자 거주지인 미국이 과세토록 돼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과세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 과세에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아직 국세청이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밝힌 적은 없지만 론스타의 한국법인인 론스타코리아를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한 고정사업자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방안 등이 거론된 바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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