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오은진(39ㆍ여)씨는 창업 실패자였다. 두 자녀를 키워야 하는데다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면서 창업까지 했던 그에게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과 6개월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똑 같은 조건에서 이젠 성공한 창업가로 변신했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비수기인 겨울에 열었는데도 말이다. 도대체 오씨가 돌연 실패의 늪에서 성공의 날개를 달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오씨는 지난해말 자신이 운영하던 피자가게를 개장 8개월 만에 닫았다. 자녀 둘을 키우면서 피아노 학원도 운영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큰 맘 먹고 벌린 가게였다. 하지만 제대로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덜컥 입지를 결정했던 데다 가게에 전념도 못한 채 종업원들에게 맡겼던 게 화근이었다. 투자 비용 8,000만원이 고스란히 사라졌다.
하는 수 없이 가게를 접었지만 창업에 대한 꿈은 가시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올해 2월 홍대 번화가에 아이스크림 전문점 카페띠아모(www.ti-amo.co.kr)을 다시 열었다. 집을 담보로 2억 여원의 대출까지 받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피아노 학원만 정리했다는 것 뿐. 육아 부담은 여전해서 가게에 전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이스크림은 여름 한철 장사라 수익성도 없어 보이는 아이템이었다. 주변에선 ‘또 실패하는 것 아니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개업 때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수익도 날로 늘어 하루 매출액만 100만원을 훌쩍 넘는 때가 많다.
그는 첫 실패를 거울 삼아 가게 자리를 선택할 때부터 프랜차이즈 업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업체는 한창 성장중인 시기여서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가맹점 입지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업체가 추천해 준 홍대앞 입지는 유동인구 중 젊은 여성 비율이 높아 창업 아이템인 아이스크림과 딱 맞아 떨어졌다. 임대료도 업체 도움을 얻어 최대한 깎았다.
또 파견된 전문 매니저가 아이스크림 제조와 매장관리 등 전반적인 부분을 신경 써주고, 본사에서 CC(폐쇄회로)TV를 통해 매장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주다 보니 오전에는 애들을 돌보고 초저녁쯤에 가게를 점검하는 패턴이 가능했다.
계절 장사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겨울철(2월)에 열 수 있었던 것은 아이스크림 외에 샌드위치, 커피, 허브차 등 메뉴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겨울엔 아이스크림이 덜 팔렸지만 커피와 허브차가 잘 나가 수익이 보장됐다. 흔히 얘기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하겐다즈나 베스킨라빈스31과는 전략이 달랐던 셈이다.
주메뉴도 공장에서 만든 뒤 꽁꽁 얼려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직접 매장에서 만들는 수제 아이스크림인 ‘젤라또’여서 고급스런 느낌이 충분했다. 일반 아이스크림은 영하 25도에서 얼려 딱딱한 반면, ‘젤라또’는 영하 14도에서 제조해 질감이 부드럽고 딱딱하지 않아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었다. 오씨는 “매장을 찾는 고객층은 10대부터 50대 아저씨까지 있으며 겨울에는 커피와 허브차, 샌드위치가 아이스크림 대신 효자노롯을 한다”며 “계절적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확보한 것이 성공의 관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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