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의 약속이 마침내 이뤄지고 있다.
고든 브라운(56) 영국 재무장관이 24일 집권 노동당 당수에 지명돼 임박한 총리직 승계 수순에 들어갔다. 13년 전의 약속이란 1994년 존 스미스 노동당 당수가 급서하자 블레어와 브라운이 만나 맺은 밀약. 블레어가 먼저 총리를 하고 브라운에게 자리를 넘긴다는 둘의 약속을 블레어가 계속 연기하면서 브라운은 오랜 기간 속을 태워야 했다.
이날 맨체스터에서 열린 특별전당대회에서 브라운 장관은 단독출마로 투표없이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서 당수직을 물려 받았다. 영국에서 집권당 당수는 자동으로 총리직을 승계한다. 브라운 장관은 27일 총리에 취임해, 2009, 2010년으로 예정된 총선까지 영국을 이끌게 된다.
브라운 장관은 영국에선 비주류인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68년 유럽과 미국을 휩쓴 학생운동 와중에서 좌파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그래서 블레어 총리와 비교할 때 좌파성향이 강하고, 잉글랜드의 중산층과 정서적 연대가 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말도 늘 따라다닌다.
그러나 행정실무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는 노동당이 집권한 97년부터 10년간 경제부문을 맡아 연평균 2,7%의 경제성장을 이끈 ‘철의 재상’이기도 하다. 또 블레어 총리와 함께 노동당을 중도좌파의 ‘제3의 길’로 이끈 실용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교 때 럭비경기에서 왼쪽 눈을 실명했고, 49세에 아홉 살 연하에 늦장가를 갔다.
노동당은 브라운 장관의 당수 취임을 전후한 여론조사에서 8개월 만에 야당 보수당을 앞서며 ‘브라운 효과’를 보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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