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광고계의 최고 남자스타는 누구일까. 장동건? 조인성? 다니엘 헤니?
정답은 석호필. 미국 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Prison Break)’의 주인공(스콧필드 역)으로, 폭발적 인기 속에 국내 여성팬들로부터 ‘석호필’이라는 한국식 애칭까지 얻은 웬트워스 밀러(스콧필드 역)다. 그는 빈폴(제일모직), 프랜치카페(남양유업) 등 굵직굵직한 광고모델로 잇따라 기용되면서 현재 광고계 최고스타로 부상했다.
헐리웃 스타도 아닌 그가 국내 광고모델로 발탁된 것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미드(미국드라마의 준말)’ 열풍 때문. ‘미드’의 간판격인 프리즌 브레이크는 국내 드라마들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석호필 역시 수많은 ‘폐인’을 보유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석호필 효과만으로도 프랜치카페 매출이 20~30% 정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에서는 최근 프리즌브레이크에서 석호필이 입었던 스타일의 ‘카라셔츠’가 하루 평균 50벌 이상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프리즌브레이크나 석호필의 경우처럼, ‘미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정도차는 있지만 CSI, 24, 로스트(Lost), 섹스&시티(Sex & City) 등 ‘미드’ 열풍을 주도하는 다른 드라마들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영상유통의 혁명. 미국 현지방송이 끝나고 2~3시간 후면, 국내 인터넷에 동영상이 올라오고 5~6시간 후면 자막까지 뜬다. 물론 마니아 시청자가 직접 올리는 것이다. 업계는 미드 팬의 절반 정도가 인터넷을 통해 ‘미드’를 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인터넷업체의 수익도 덩달아 대폭 상승했다. 일례로 ‘미드’족들이 애용하는 파일공유사이트인 ‘피디박스’와 ‘클럽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나우콤의 경우 매출은 2002년 7억4,700만원에서 2006년 175억2,000만원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내려 받은 ‘미드’를 재생시킬 수 있는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옥션을 통해 6만4,000개가 팔려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방송사도 뒤늦게 프리즌브레이크 특수에 동참했다. 한달 전부터 ‘영화특급’시간대인 토요일 00시05분에 프리즌브레이크를 내보내고 있는 SBS의 경우, 편성 전 1~2%이던 시청률이 6%로 치솟았으며 광고판매액은 5,000만~6,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정도로 3배나 증가했다. 광고판매수도 편성 이전에는 10개 정도에 그쳤으나 현재 매주 30~34개로 늘었다. 이쯤 되면 ‘미드’는 더 이상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거대 산업이 된 셈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광고수단으로 ‘미드’를 주목하고 있다. 인기 ‘미드’인 ‘24’의 경우 삼성로고가 붙은 휴대폰이 자주 등장한다.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다룬 ‘덱스터’에서 주인공이 혈액샘플을 숨기는 곳은 LG에어컨이다. 물론 해당기업의 협찬광고(PPL)들이다. LG는 평판TV(CSI), 초콜릿폰(오렌지카운티) 등도 드라마 속 광고로 노출시키고 있다.
‘섹스&시티’는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상품 판매에 변화를 가져왔다. 마놀로 블라닉, 지미추와 같은 패션브랜드와 크리스피크림(도너츠) 등의 프랜차이즈가 인기를 얻었으며, 미국의 ‘브런치’문화도 ‘섹스&시티’를 통해 국내에 자리를 잡았다. 옥션에서 판매되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일 의류 및 패션 아이템은 현재 5,000여종. ‘섹스앤더시티’가 온스타일에서 방영된 2002년에 비해 5~6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드’ 열풍은 영화산업에도 명암을 드리우고 있다. 과거 DVD는 영화타이틀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미드’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워너홈코리아측은 전체 DVD매출 중 ‘미드’ 비중이 35%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1ㆍ4분기 서울지역 극장 관객수는 1,205만6,9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3%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드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보는 관람문화의 변화가 극장 이용객 감소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OCN에서 방영된 ‘미드의 거룩한 계보’의 작가 이보은 씨는 “미드열풍의 결정적인 영향은 바로 보는 사람, 즉 소비자를 변화시킨 것”이라며 “향후 국내 영상산업 뿐 아니라 소비문화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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