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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씨 책 '이태원 부군당굿'서 내력·복식 등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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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승씨 책 '이태원 부군당굿'서 내력·복식 등 소개

입력
2007.06.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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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2동에 부군당이라는 굿당이 있다. 마당의 비석에 새겨진 기록에 따르면 조선 광해군 연간인 1619년 세워진 이 굿당에서는 지금도 매년 봄 가을로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안녕을 비는 굿을 하고 고사를 올린다.

무속 연구자인 양종승(55ㆍ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씨가 쓴 <서울 이태원 부군당굿> (민속원 발행)은 이태원 부군당과 이곳에서 이뤄지는 의례에 관한 보고서다.

1990년부터 해온 현장조사 결과를 담았다. 책은 이태원 부군당의 내력, 여기서 이뤄지는 당굿과 당고사의 내용과 절차, 춤과 음악과 복식, 이 굿을 이어가는 무당과 악사, 주민들을 소개한다.

서울 한복판에 요즘도 마을굿을 하는 굿당이 있다는 게 신기해 보이지만, 그는 “잘 몰라서 그렇지, 주민들이 추렴해서 마을굿을 하는 데가 서울에 스무 군데쯤 남아 있다”고 알려준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부군당은 마을굿당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또 부군당굿은 당주(굿당에 매인 무당)의 계보가 확실해서 굿의 원형을 잘 이어왔으며, 굿당의 내력을 장장 2시간 동안 사설로 풀어내는 ‘황제풀이’ 등 여느 굿에서는 보기 힘든 절차가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

민속학자들이 굿과 무속을 연구해 그 가치를 밝혀온 지 수십 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건 전근대적 미신일 뿐이라고 천시한다. 그런 시각에 부닥칠 때마다 양씨는 “무속은 한국 문화의 뿌리이자 원형이며 따라서 무속의 철학과 구조, 형식을 몰라서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주변 사람들이 ‘반은 무당, 반은 학자’라고 부를 만큼 그는 무당과 무속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안다. 어린 시절부터 굿이 좋아 굿판을 들락거렸다고 한다. 대학시절 황해도 만구대탁굿으로 유명한 우옥주 만신을 만나 아들 노릇을 하며 굿을 배웠고 무속인들과 한 식구처럼 지내왔다.

신이 내려 영험을 받은 정식 무당은 아니지만, 굿의 한 대목 정도 직접 맡아서 할 만큼 굿 절차를 제대로 배웠으니 반은 무당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무속인과 학자들의 ‘귀신학회’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그는 무속박물관을 차리는 게 꿈이다. 종류별ㆍ지역별ㆍ연대별로 무속 관련 유물 수천 점을 모아놨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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