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된 알반 베르크 오페라 <보체크> 와 요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한여름밤의 꿈> , 27일과 28일 일본도쿄문화회관에 진출하는 임준희 오페라 <천생연분> , 8월 유니버설발레단이 올리는 <심청> . 각기 다른 성격의 이 작품들은 모두 연출가 양정웅(39ㆍ극단 여행자 대표)이 빚어낸 것들이다. 심청> 천생연분> 한여름밤의> 보체크>
양정웅은 셰익스피어 위에 한국의 도깨비를 입힌 <한여름 밤의 꿈> 으로, 한국 연극 최초로 영국 바비컨센터를 밟은 연극계 스타다. 연극과 뮤지컬, 현대무용에 이어 지난해 <천생연분> 으로 오페라 연출에 발을 담갔고, 발레까지 준비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전방위 연출가인 셈이다. 천생연분> 한여름>
21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양정웅은 까칠한 얼굴로 “요즘 거의 잠을 못 잔다. 오늘도 새벽 4시30분까지 <심청> 관련 회의를 했다”고 했다. 화제를 모았던 오페라 <보체크> 이야기부터 꺼냈다. 보체크> 심청>
불협화음이 가득한 무조 음악 속에 억압받는 개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은 작품이지만 상징적인 무대와 가수들의 뛰어난 연기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연출 중심의 오페라가 성공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오페라 평론가 이용숙)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볼 거리에 치중해 음악과 극적 진실의 전달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양정웅은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올수록 좋다”고 웃어넘긴 뒤 “무대보다는 음악에 심취해 연출했는데 아직 눈으로 보는 오페라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오페라도 결국 드라마 아닌가”라고 말했다. 모든 공연 예술은 하나라고 여기는 그에게 오페라나 발레 연출은 ‘외도’가 아니다.
그는 장르가 아니라 일관된 기준에 따라 작품을 고른다고 했다. “<보체크> 는 도전과 실험이 가능한 작품이었고, <심청> 과 <천생연분> 은 우리 것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작업이라 선택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처럼 확 다가오는 작품이라야 하구요.” 천생연분> 심청> 보체크>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도 작품마다 분명한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양정웅은 스스로에 대해 “천재병을 앓았던 범재일 뿐이지만 집안 환경이 감각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소설가 아버지(양문길)와 극작가 어머니(김청조) 사이에서 태어난 양정웅은 꼬마 때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미술관과 영화관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고, 밥 먹을 때도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0대 시절 김자경 오페라단의 회원이었고,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을 하다 문예창작과를 갔다.
스페인에 있는 다국적 극단의 배우로 유럽에서 활동했고, 극단 여행자를 만든 후 자신의 작품을 들고 간 곳이 10개국이 넘는다. 이런 다채로운 예술적 경험이 ‘양정웅표 연출’의 바탕이 된 셈이다.
그의 작품은 이미지는 강하지만 드라마가 약하고, 국적불명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리얼리즘이나 기승전결의 드라마는 남들이 다 하니까 나는 다른 것을 하는 것이다. 또 지금 문화에서 누구 것이냐 하는 문제는 의미가 없다. 인간의 본질은 같기에 예술에서 국적은 벽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오페라단과 발레단, 극단을 바쁘게 오갔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 그는 연극에만 집중한다. 내년 4월 일본신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이 제작하는 한일합작연극도 맡았다. 아직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남았을까. 그는 “태생은 연극이지만 워낙 호기심이 많아서…”라며 웃었다. “원래 꿈은 영화 감독이었어요. 꼭 영화로 해야겠다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야죠.”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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