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회원가입 3년차인 폴란드의 ‘고집’은 유명하다. 설탕 보조금 폐지, 우유와 녹말 쿼터 협상 등에서 막판까지 버틴 회원국은 폴란드였다.
영국 BBC방송은 “과거에도 폴란드인들은 혼자 싸워왔다”며 “그들은 반공산주의 지하운동을 예로 들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가 이번에는 ‘투표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미니헌법’ 마련을 위한 EU 정상회의는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회의 첫날 만찬에서 폴란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은 미니헌법의 이중다수투표제 조항의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를 듣던 정상들의 생각은 비관적으로 흘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이 한밤중까지 폴란드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폴란드 국내에선 대통령의 쌍둥이 형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총리가 가세해 EU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우리 요구는 과거 잃은 것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폴란드가 (나치가 통치한)1939~45년을 겪지 않았으면 인구가 6,600만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당시 군인 50만, 일반인 600만명이 숨져, 현재 인구는 3,800만명에 불과하다.
폴란드가 반대하는 것은 회원국 15개국(55%)과 인구기준으로 65%이상의 찬성을 얻어 현안을 결정토록 한 미니헌법의 이중다수결제도. 나치 악몽을 떠올리는 폴란드는 이 경우 역내 인구 1위인 독일의 지배권이 강화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폴란드의 주장에 체크와 영국의 EU회의론자들이 가세할 뿐이어서 이번 투표전쟁 역시 외롭게 진행되고 있다. 외신들은 “미니헌법의 일부 조항에 반대하는 영국 네덜란드와 달리 폴란드의 반대는 비타협적”이라고 평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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