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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림 메르헨' 신데렐라의 구두는 황금구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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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림 메르헨' 신데렐라의 구두는 황금구두였다

입력
2007.06.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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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 문학과지성사 발행ㆍ484쪽ㆍ35,000원

신데렐라로 더 잘 알려진 <아셴푸텔> , <백설공주> , <헨젤과 그레텔> , <브레멘의 음악대> , <빨간모자> 등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그림 형제가 묶어 놓은 원전을 그대로 살린 이야기 보물창고가 열렸다. 독일의 문헌학자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가 모았던 당시의 판본에서 크게 훼손되지 않은 상태다.

<그림 메르헨> 은 전세계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그림 동화’의 원전이다. 독일어 ‘메르헨’은 ‘작은 이야기’라는 뜻으로 짧고 재미있는 민담을 가리킨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이어서 잔인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짧고 간략한 101편의 이야기는 거의 날 것에 가깝다.

부모가 가난 때문에 자식을 내버리거나 죽인다는 등의 황당하고 끔찍한 내용도 많다. 하지만 200년 전 또는 그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기쁨이 더 크다.

‘재투성이 아이’라는 뜻의 <아셴푸텔> 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동화에서 못생기고 뚱뚱하게 나오는 신데렐라의 두 언니들은 ‘얼굴은 예뻤지만 심술궂고 마음이 시커먼 소녀’들이고, 신데렐라가 잃어버린 구두는 유리구두가 아닌 황금구두라고 되어 있다. 왕자의 간택을 받기 위해 두 언니가 발을 잘라 맞춘다는 부분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101가지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착한 이가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 교훈이다. 사람을 돕는 갖가지 동물에 관한 이야기와 난쟁이나 마녀가 불쑥불쑥 나타나고 비현실적인 힘을 갖게 되는 등 동화에서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판타지로 즐거움을 안겨준다. 거기에 모함이나 음모 등이 적절히 섞여 있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독일에서 가장 각광받는 일러스트레이터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그림은 삶의 잔인한 단면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평범한 모습의 공주와 왕자, 심술궂은 이웃들의 얼굴을 그려넣어 이 이야기들이 꿈과 환상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의 반영임을 말하고 있다.

‘또 해줘… 또… 또’라고 이야기를 조르는 아이에게 이 책 한 권이면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니 효율적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조금씩 변형되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 그야말로 입맛 따라 적절하게 바꿔서 들려주어도 좋을 듯 싶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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