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 지음 / 작가 발행ㆍ232쪽ㆍ9,500원
노작가의 시선에는 염려가 가득하다.
“GNP 1만 5,000 달러 시대인 오늘에도 전 인구의 85프로가 모여 사는 도시의 절대 빈민층이 약 35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읽은 적 있다. 그들은 아직도 의식주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136쪽)
소설가 김원일(65) 씨의 산문집 <기억의 풍경들> 은 일제 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그와 동행해 온 기억의 편린들과 예술에 대해 쓴다. 산문집 <마추픽추로 가는 길> 을 낸 지 19년만의 산문집이다. 마추픽추로> 기억의>
31편의 글에는 노작가의 체취가 흠씬 풍긴다. 전쟁이 남긴 짙은 잔영이야말로 영원한 창작의 샘이라고 그는 쓴다. 전쟁이 빚어낸 삶의 풍경들은 꾀죄죄한 뒷골목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 소박한 자연의 모습 등으로 변주된다.
강운구, 김기찬 등 사진 작가들의 전시회에 맞춰 써준 글들은 사진 예술을 보는 눈이 전문가의 경지임을 밝혀준다. 시각 예술에 대한 글에서 풍기는 고졸미는 그가 <김원일의 피카소> 등을 펴낼 만큼 미술에도 일가견을 지닌 덕택이다. 김원일의>
2005년 7월 그는 ‘6ㆍ15 선언을 위한 남북 작가 대회’에 참가, 북한 어린이들의 그 유명한 매스 게임을 보고는 끝내 오열을 참을 수 없었노라고 쓴다. 그 수준에 달하기까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했을까 하는 안쓰러움, 이웃은 굶주림과 약품 부족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음에도 방긋방긋 웃는 모습은 그를 울보로 만들고 말았다는 고백.
“이제 살만큼 부국이 된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똑똑함만 믿고 게을러져 3D 업종은 대부분 기피한다.” 그것은 ‘부패한 귀족주의’라고 규정한다. 이제는 “나와 우리의 정체성을 돌아보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1급 장애인을 평생의 배필로 선택하는 어떤 여성을 그린 2004년의 소설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 에 작가가 남다른 애착을 표하는 것은 보다 성숙된 사회에 대한 갈망이다. 물방울>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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