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응웬 밍 찌엣 베트남 주석이 21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전면광고를 냈다. 성금 모금이나 결의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게 아니다. 한때 총부리를 맞댔던 미국 국민들에게 양국간 우호증진을 역설하는 정감 어린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찌엣 주석은 22일 열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보낸 이 편지에서 ‘과거의 적’이 아닌 ‘우방’으로서의 베트남의 이미지를 부각하려 애썼다. ‘친애하는 미국 친구들에게’로 시작하는 공개편지에는 찌엣 주석이 지난해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부시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는 장면 등 양국의 유대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 장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그는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1787년 자신의 버지니아 농장에 쓸 볍씨를 베트남에서 얻으려 했던 역사가 있다”며 양국의 오랜 인연을 소개한 뒤 베트남 독립선언문이 제퍼슨의 명문장인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구절로 시작된다는 점을 들며 미국에 대한 친근감을 강조했다.
찌엣 주석은 또 “양국 관계는 부침을 겪었고 슬픈 과거가 있다”고 베트남전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뒤 “오늘날 양국은 장ㆍ단기적 이해관계에서 공유된 역사의 새 장을 쓰기 위해 열심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에게 미국은 항상 주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며 미국과의 다각적인 협력에 대한 우리(베트남)의 약속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다른 베트남인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미국인들의 역동성과 창조성, 개방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두 나라간 우정과 협력이 영원히 성장해가길 바란다”는 기원의 말로 편지를 맺었다.
22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에선 100억달러 수준인 양국간 교역액을 대폭 확대하고,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중점 협의될 예정이다. 베트남전 중 미국이 베트남에 살포한 고엽제 피해 보상문제와 베트남의 인권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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