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가까이 초등학교 남학생 20여 명을 성추행한 학교 앞 문방구 주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더욱이 이 사람은 10년 전에도 초등학생을 강제 추행하다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적이 있었던 재범자로 확인됐다. 갈수록 늘어나는 성범죄자의 재발 방지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모 초등학교 앞에서 8년간 문방구를 운영해온 이모(65)씨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이 학교에 다니는 A(13)군 등 남학생 15명을 강제 추행했다. 이 씨는 문구점을 자주 찾는 학생들을 후미진 곳으로 유인해 추행한 것을 전해졌다. 이씨는 1997년에도 서울 구로구의 또 다른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며 남학생들을 강제 추행하다 검거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앞서 경기 안산에서는 여자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40대 이웃 남성이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뒤 10여 일 새 또 다시 성추행 범죄 3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상습 성범죄자가 갈수록 늘고 있으나 정부의 재범 예방 대책 수립은 더디기만 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강간범죄는 99년 5,900건에서 2005년 7,300건으로 120%나 급증했다. 2006년 3월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된 4,041명의 성폭력 범죄자 가운데 재범 이상의 상습 성폭력범이 3분의 1(1,147명)에 가깝다.
하지만 재범 방지 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현재 소년범이든 성인범이든, 격리하는 것 말고는 상습 성향 교정이나 치료 프로그램이 전무하다.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소년원이나 교도소 내에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 교정치료센터’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계획만 있을 뿐 실행된 것은 거의 없다.
법무부가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감호제도의 도입을 위해 치료감호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더딘 상황이다. 게다가 95∼2004년 전체 범죄의 1심 집행유예 비율은 감소했지만 성폭력 범죄의 집행유예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법원측이 성범죄가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은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성폭력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동떨어진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성범죄는 사회 병리적인데 원인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상습 성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치료센터와 프로그램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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