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은 음악가와 일반인이 모두 사랑하는 예술이다. 시에다 선율을 붙인 가곡에는 문학과 음악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슈베르트는 신으로부터 좋은 시를 보면 바로 곡을 붙일 수 있는 직감을 선사 받았다고 한다. 이 '가곡의 왕'은 시에 아름답고 다양한 선율의 옷을 입혀, 독일 가곡을 오늘과 같은 극점으로 끌어올렸다.
본디 독일어는 딱딱한 발음 때문에 노래 부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연작 가곡집 <겨울나그네> 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는 전세계에서 끝없이 불리는 청춘 찬가다. 아름다운> 겨울나그네>
▦ 한국가곡은 일본을 거친 서양문화와 만나면서 탄생되었다. 본격적 출발은 1920년대 홍난파 현제명 등의 작품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변화와 곡절도 많았다.
가곡사의 출발점에 있는 홍난파는 친일행적이 시비되어 난파음악제가 사라졌다. 한때 많이 불렸던 윤해영 시ㆍ조두남 작곡 <선구자> 역시 친일행적과 함께 독립군 이야기가 아님이 밝혀지면서 연주가 뜸해졌다. 선구자>
채동선 가곡 <그리워> 는 이은상 시로 되어 있지만, 본래 가사는 월북시인 정지용의 시 <고향> 이었다. 1988년 정지용이 해금된 후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고향> 그리워>
▦ 안타깝게도 우리 가곡은 지금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가곡 시장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낯익은 가곡은 대부분 1940년 저편에 작곡된 옛 노래다. 비교적 근래의 노래인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 장일남의 <비목> , 김동진의 <가고파> 등도 1960~70년대에 제작된 것이다. 가고파> 비목> 그리운>
새 가곡은 유통채널이 없어 일반에 알려지지 않고, 가곡 시리즈 음반은 1990년대로 대가 끊겼다. 마침내 한국가곡협회가 가곡부흥운동에 나섰다.
▦ <동심초> 를 작곡한 김성태(97)옹, <가고파> 의 김동진(95)옹도 21일의 가곡 부흥 선언문 낭독에 참여했다.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가고파> 동심초>
'음악은 말과 글이 쓰여지기 이전부터 사람들의 영혼을 가다듬어온 것으로, 지역과 민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말을 잃어버리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음악을 잃어버리는 것에는 별 주목을 하지 않는다…'
선언문은 이어 가곡은 모든 창작음악의 근간이므로, 민족의 노래를 부흥하고 보급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나서줄 것 등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어야 할 21세기에 가곡의 쇠퇴를 걱정하는 것은 이상하고 쓸쓸한 일이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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