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상은 무슨 상입니까.”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모범공무원 상을 거절한 이가 있다. ‘여권발급 혁명’을 이끈 서울 송파구청 여권과 정규환(40ㆍ사진ㆍ7급)씨가 그 주인공.
구청이 지난 4월 여권발급을 48시간 이내로 앞당기는 ‘즉시발급제’를 도입해 주민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 제도는 서울 25개 자치구를 비롯해 인천, 경기 등 타 시도에도 확산됐다. 이 같은 공로로 구가 정씨를 모범공무원으로 선정, 행정자치부에 상을 신청하려 하자 정씨가 완강히 거부한 것이다.
그는 “여권발급 업무는 팀워크로 하는데, 혼자 상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공(功)을 자신이 아닌 그간 함께 고생했던 팀 전체로 돌렸다.
시민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부서 직원 모두가 똘똘 뭉쳐 시작했지만, 어려움도 참 많았다. “눈 코 뜰새 없이 쏟아지는 업무 탓에 여권과 모든 직원(16명)이 오전6시부터 밤10시까지 주말도 모르고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한 직원은 과중한 업무에 안과 치료를 받기도 했지요.”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던가.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는 시민, 여권발급이 지체됐더라면 자칫 놓칠 수도 있었던 50억원 짜리 계약을 중국에서 할 수 있었다며 감사패와 떡을 보내온 관내 한 중소기업의 정(情)을 생각하면 지난 시간의 고생은 어느새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특진 등에 유리한 모범공무원 상을 과감히 내던진 정씨. 그는 “여권발급 기간 단축과 같은,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행정서비스가 앞으론 더욱 보편화돼 이런 일로 공무원들이 상을 받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겸손해 했다. 구청은 정씨 몰래 최근 구청장 직권으로 행정자치부 민원봉사대상 후보로 다시 올렸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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