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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레저 - 루앙프라방의 밤 라오 맥주에 깊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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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레저 - 루앙프라방의 밤 라오 맥주에 깊어만 가고…

입력
2007.06.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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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 밀림 깊숙이, 공산국가라는 휘장 속에 몸을 숨겨왔던 라오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순한 미소의 땅 라오스가 수줍은 손짓을 하고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1시간20분. 비행기 창 밖으로 울창한 삼림이 마치 물결처럼 굽이굽이 펼쳐지고 벽돌색 지붕의 이국적인 집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열대나무와 어우러진 소박한 공항 건물이 인상적이다. 공항 안으로 들어서자 출입국사무소 직원의 국방색 제복과 붉은 견장에서 이곳이 공산국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하는 사이 주변의 경관은 우리의 한적한 시골을 닮았따. 루앙프라방 도시 가운데에 위치한 푸시산 전망대에 오르자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은 왜 유네스코가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곳을 둘러싸고 있는 메콩 강과 칸 강의 큰 물줄기가 보인다.

또한 고도(古都)임을 말해주는 옛 왕궁들과 60개가 넘는 불교사원들, 그리고 프랑스 식민시대 유럽풍 건축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과거 식민통치의 잔재는 지금 이곳에선 중요한 문화관광자원이다.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에 경계심을 늦추지않던 여행자들은 이곳 사람들의 맑은 표정에 무장해제 되고, 거리에 가득한 열대나무 덕짬빠의 은은한 향을 들이마시며 긴장된 몸을 이완시킨다. 라오스 사람들은 큰 소리로 말하거나 얼굴 붉히며 다투는 일이 없다. 그래서인지 거리에선 사람들 목소리 보다 풀벌레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시끄러운 경적소리도, 요란한 간판도, 호객하는 장사꾼도 찾아 볼 수 없다. 도심엔 대형버스가 들어갈 수 없고 도로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 ‘툭툭’과 오토바이, 그리고 걷는 사람들이 주인이다. 이 도시를 제대로 감상하기에 좋은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걸어서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해서 자전거를 타고 관광에 나선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루앙프라방의 하루는 승려들의 탁발로 시작된다. 새벽 5시30분께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승려들은 줄지어 거리로 나오고 주민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공양한다.

앳된 어린 승려부터 나이 지긋하신 노승려까지 2,000여 명에 달하는 승려들의 행렬은 40분 정도 계속된다. 승려들은 자신의 그릇에 그 날 일용할 양식이 차면 대열에서 빠져 나와 절로 돌아간다.

이 탁발 공양에 참여하려면 묵고 있는 호텔에 음식을 요청하거나 현장에서 공양거리를 구입하면 된다. 여성의 경우 공양할 때 승려와 신체접촉이 없도록 주의하고 승려 눈높이 보다 높지 않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

아침에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명물은 딸라사오라 불리는 아침시장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소규모 시장들을 한데 모은 곳이다. 이름도 생소한 수많은 열대과일부터 야생동물, 빵, 젓갈류, 생선, 곤충 등이 양쪽 길가에 즐비하게 풀어지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 날 먹을 음식은 그 날 장에서 구입하는 생활방식 때문인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루앙프라방의 밤은 현란한 네온사인이 없어서 더욱 캄캄하다. 어둑어둑해지면 더위에 지친 여행자들은 노천카페의 불빛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고 시원한 라오 맥주로 목을 축이며 루앙프라방의 호젓한 분위기를 즐긴다.

인도차이나의 젖줄 메콩강은 루앙프라방을 훑고 흐른다. 메콩 강은 영화처럼 낭만적인 공간이 아닌 엄중한 삶의 공간이다. 탁한 강물에서 물장구 치는 아이들 옆으로 어른들은 낚시를 하고 그물을 던진다. 배를 타고 2시간쯤 강을 거슬러 오르면 거대한 절벽에 뚫려있는 팍오우 동굴에 도착한다.

이곳엔 4,000여 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허덕허덕 계단을 오르다 보면 방생용 새를 파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불교도가 아님에도 아이들의 눈망울과 허름한 옷차림이 눈에 밟혀 그냥 지나쳐 지지가 않는다. 루앙프라방에서는 선한 마음씨도 전염이 된다.

루앙프라방(라오스)=최세연기자 seyeon@hk.co.kr

■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 한국차가 씽씽

루앙프라방이 시간이 정지된 목가적 풍경이라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선 세찬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 유럽풍 건물과 옛 사원들 사이로 수입차 대리점이 자리잡았고 도로에는 한국산을 비롯한 외제차가 툭툭과 함께 달린다.

비엔티엔의 유적은 사람을 두 번 놀라게 된다. 한번은 그 정교함에 놀라고, 그 정교함이 시멘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란다. 시멘트의 재발견이라고 할까.

도심으로 진입할 때 먼저 눈을 끄는 독립기념탑도 시멘트 구조물로 프랑스 개선문을 본 따 만들었다. 독립기념탑에 오르면 비엔티엔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통령궁 앞에 있는 왓 시사켓 박물관에는 사원 내부 벽에 안치된 6,890개의 토기 불상을 포함, 1만 여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황금색의 거대한 불탑 사원 파탓루앙은 라오스의 주권을 상징하며 부처님 가슴뼈가 보관되어 있다는 설이 있다.

라오스인들이 태국에 있는 에메랄드 사원의 원조라며 자랑스러워 하는 호파케오는 사원 건물 좌우 벽을 따라 배치된 불상들이 인상적이다. 사원 벽면과 기둥은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돼 있고 문은 힌두교 색채가 강한 부조로 조각돼 눈길을 끈다. 동서양의 조화, 서로 다른 종교의 조화. 이것이 라오스 문화의 매력이다.

라오스는 아직까지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흔히 보는 교통혼잡, 대기오염, 범죄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밀려드는 관광객과 외국문물 속에서 그들만의 여유로운 생활방식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엔티엔(라오스)=최세연기자

■ 여행수첩/ 라오스

라오스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태국 등 주변국을 거쳐야 하는데 베트남항공(www.vietnamairlines.co.kr)이 지난해 10월부터 하노이-루앙프라방 노선에 주 4회 취항하고 있다.

아침 인천공항을 출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행기를 갈아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날아가면 루앙프라방에 도착한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으로 이동하려면 루앙프라방 공항에서 비엔티엔행 라오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루앙프라방 공항에서 비자를 내주는데 사진 1장과 미화 30달러가 필요하다.

화폐단위는 낍(KIP). 최근 환율은 1달러에 9,600낍 정도. 달러도 통용되기 때문에 굳이 현지 돈으로 환전하지 않아도 된다.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느리며 5~10월은 우기로 하루에 4, 5차례 스콜이 내린다. 모기약을 준비하고 물은 꼭 사서 먹는 게 좋다. 왕궁이나 사원을 방문할 때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피하고 내부에 들어갈 때는 모자와 신발을 벗어 예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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