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오징어’란 말은 인자 옛말여. 피서철만 되면 서해오징어가 전국에 쫙 깔릴 거니께.”
20일 오전6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안흥항. 서해 격렬비열도에서 부산선적 29톤 오징어 채낚기어선 성광호를 선두로 5척이 포구에 들어오자 서울과 경기도에서 내려온 활어차가 몰려들었다. 경매가 끝나기가 무섭게 활어차는 오징어를 수족관에 옮겨 싣고 부리나케 떠났다.
●7~9월 오징어 황금어장 형성
서해 격렬비열도 주변은 7월부터 9월말까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전국에서 몰려온 오징어배들이 저녁마다 불을 밝히고 오징어를 낚아올린다. 안흥항에서 6시간 거리의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은 4∼5년 전부터 매년 7월 초순부터 추석까지 ‘물반 오징어반’이다.
올해 서해안오징어가 처음 잡힌 것은 지난 13일. 올해는 지난해보다 어획시기가 20여일 빨라졌다. 20일 하루 안흥항에는 20척의 오징어배가 입항, 활어 2만2,000마리와 선어 2,000상자(1상자 20마리 기준)가 수협에 위판됐다. 위판시세는 활어1마리 850원, 선어 1상자 1만5,700원에 거래됐다. 오징어배는 모두 동해에서 조업을 하던 채낚기 어선이다. 7월초에는 이 일대에만 200여척이 오징어 잡이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270여척이 8,156톤을 잡았다. 1996년 292톤에 비해 27배 이상 늘었다.
●안흥항 하루 4만상자 처리
전국에서 유통되는 여름오징어는 대부분 서해에서 잡힌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7월초부터 하루 3만5,000∼4만 상자가 깔리기 때문이다. 서해 오징어는 동해산보다 육질이 쫄깃쫄깃하며 고소한 게 특징이다. 게다가 심한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기생충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다.
서해 오징어철에는 동해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이곳 오징어가 동해안 해수욕장까지 점령한다. 활어차도 하루 100대 이상 몰려온다. 7월 중순부터는 활어 가격이 1마리 당 1,500원대로 치솟아 어민들의 수입도 늘어난다.
오전 6시 전후 입항해 오후 1시께 출항하는 어선들은 술과 담배, 부식을 모두 안흥항 주변에서 조달해 항구 주변 상인들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부산선적 태양호 선원 김재현(50)씨는 “오징어잡이가 시작되면 3개월간 생필품 구입과 여가를 안흥항 주변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지난해 얼음파동을 겪은 서산수협제빙공장과 수협 주유소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채낚기 어선들이 모두 안흥항으로 몰려 얼음과 선박용 연료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제빙공장 하루 얼음생산량은 30톤 수준으로 성수기 330톤의 10분의 1수준이다. 얼음수요를 대비해 대전과 경기도 광주, 전주, 익산은 물론 울산, 삼천포 등 전국 13곳의 얼음조달 계획을 세웠다.
서산수협 김부국 경매팀장은 “오징어철 3개월간 항구일대에는 외지의 선원 3,000여명의 북적거린다”며 “이들과 피서객이 몰려 태안과 서산시내 경기까지도 덩달아 좋아진다”고 말했다.
●어족지도 크게 달라져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충남에서 잡히는 어종이 크게 달라졌다. 한때 서해의 명물이던 조기와 꽃게 등은 퇴조하고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크게 늘었다. 조기는 10년전 356톤에서 35톤으로 줄었다.
어획량 2위 였던 뱅어를 비롯 10위 권내에 있던 강달이, 민어는 자취를 감췄다. 멸치는 2,920톤에서 1만1,400톤으로 오징어와 함께 충남 전체 어획량 3만847톤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해 새로운 주력 어종으로 떠올랐다.
안흥항=글ㆍ사진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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