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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미증유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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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미증유의 대통령

입력
2007.06.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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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두 집안이 모였다. 형제는 우애가 좋았다. 그러나 차례를 지낸 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다투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경멸이 엇갈려 말다툼을 심하게 했다. 형은 동생에게 “너, 앞으로 우리 집에 오지 마라”고 했다. 그 뒤 형제는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장점이 많지만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데 뛰어난 사람이다. 모든 일에 중간이나 ‘회색분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를 재임기간에 열심히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 남은 임기동안 무슨 일 있을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대통령이다. 이 미증유, 파천황의 대통령은 아직도 임기가 많이 남았다. 앞으로 8개월 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못할 일이 없다.

2008년 2월 25일 신임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기 직전까지 노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 자신의 방식으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별 게 아닌 것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권위주의 시대의 폐해는 그의 덕분에 해소됐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새로운 민주적 권위와 품격을 창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원래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그런 재목이 못 되는지, 둘 다인지 몰라도 그는 스스로 대통령을 ‘XX막대기’로 만들어 버렸다(노 대통령이라면 이 말도 쉽게 뱉었을 텐데).

대통령이 이렇게 별 것 아닌 게 돼 버렸으니 너도나도 대선 출마선언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것, 누구나 될 수 있는 것, 나도 노무현처럼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런 것이 노 대통령이 퍼뜨린 생각이다.

대통령도 사람이라는 생각, 대통령도 정치인이라는 생각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정치풍경을 만들어낸다. 걸핏하면 쪽 팔린다고 생각하고 깽판 치고 막 가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국가기관이면서 선거법을 위반하고, 경고를 받고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헌법소원을 하고 나서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대세를 거슬러 역류하고 역발상을 하고 기성의 권위와 체제에 반기를 들고 도전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것, 그게 노무현식이다 보니 앞뒤와 주변에 그런 사람들만 들끓는다. 눈 똑바로 뜨고 삿대질하며 나서기, 말싸움해서 이기기, “그래, 뭐가 잘못이오?”하고 따지고 대들기, 한 마디도 지지 않기, 잘못이 있더라도 일단 우기고 보기…걸핏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체 왜 이럴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든 골수 지지자들은 있으니 그들과만 정치를 함께 하면 그만이라는 것일까? 심신이 다 젊은 노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할 게 뻔하다. 참여정부 평가포럼은 정치조직이 아니며 정당도 아니라지만, 그 단체와 간부들의 활동이 정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 정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생각

노 대통령은 정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한나라당의 집권이 끔찍한 일이라고 말할 만큼 그의 정치적 복제자가 다음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이 나라에서 처음 듣는 말이지만 그로서는 필요한 일일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 정권이 아무튼 정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무리수를 많이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노 대통령은 물러나도 물러나지 않는 미증유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참여정부의 이념이 대세를 잃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서? 대한민국은 자신이 만든 방향대로 가야만 한다는 애국심에서? 아니면 반대당이 집권할 경우 참담한 꼴을 당할 만큼 무언가 숨겨진 잘못과 치부가 있어서? 대체 무엇 때문일까? 이 미증유의 대통령은 별의별 미증유의 생각과 추측을 다 하게 만든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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