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깃을 힘껏 끌어당기면서 왼발을 상대 배에 댔다. 바닥에 드러누우며 왼발을 쭉 펴자 김재범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나가떨어졌다. 심판은 오른팔을 접어 ‘효과’를 선언했고, 왕기춘은 “이겼다”를 외쳤다.
‘겁 없는 10대’ 왕기춘(19ㆍ용인대)이 배대뒤치기로 ‘이원희 천적’ 김재범(22ㆍKRA)을 제압했다. 유도 국가대표 최종평가전 겸 제46회 전국남녀체급별 선수권대회 남자 73㎏이하급 결승이 벌어진 21일 광주 구동체육관. 왕기춘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김재범을 배대뒤치기로 메쳐 우세승(효과)을 거뒀다.
왕기춘은 1등을 했지만 표정이 어두웠다. “2차와 3차 선발전에서 모두 1등을 했지만 기쁨을 느끼지 못했어요. 기쁘긴 기쁜데 짜릿한 느낌이 없어요.” 승리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독일에서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하고 있는 (이)원희 형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왕기춘은 지난해 3월 ‘한 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6ㆍKRA)의 훈련 파트너로 태릉 선수촌에 들어갔다. 이원희에게 여러 가지 기술을 배워 실력이 급성장한 왕기춘은 지난 3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이원희와 김재범을 연거푸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원희가 “와, 기춘이 실력이 많이 늘었는 걸”이라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때는 최고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부족한 점을 절실히 느꼈으니 더욱 노력해야죠. 유도로 세계 최강이 되겠다는 다짐은 꼭 지킬 겁니다.”
왕기춘은 이날 우승으로 종합점수 60점을 획득해 김재범(61점)에 1점 뒤졌다. 대한유도회는 22일 이사회를 통해 국가대표를 최종 선발한다. 이사회는 종합점수와 강화위원 및 국가대표 코칭스태프 평가 점수를 합산해 1위를 세계선수권대회(9월)에 출전시키고, 2위는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선발한다.
한편 방귀만(24ㆍKRA)은 남자 66㎏이하급 결승에서 김광섭(26ㆍKRA)을 다리잡아메치기 한판으로 꺾고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따냈다. 하지만 60㎏이하급에서는 조남석(26ㆍ포항시청)이 최민호(27.KRA)를 들어메치기 한판으로 꺾었지만 종합점수가 똑같아 국가대표 선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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