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95개 정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경영혁신 추진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일부 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터무니 없는 수준의 급여 인상과 차량운영보조비 지급으로 석유 소비자에게 부담을 돌리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수십 억원의 상여금을 지급하며, 수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노조 간부들과의 향응에 쓰는 등 예산 집행 및 조직ㆍ인사 관리 곳곳에서 난맥상이 드러났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위법ㆍ부당 사례만 총 115건에 달했다.
부당한 예산 편성과 집행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은 2002~2005년 임ㆍ직원 급여를 58.1% 인상하고, 차량운영보조비 9억여원을 직원들에게 편법으로 지급했다. 이에 들어가는 비용은 석유 품질검사 수수료를 같은 기간 142.6% 인상한 것으로 충당했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석유 값에 반영돼 일반 소비자가 부담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직원들에게 나눠준 상여금도 가지각색이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2002~2005년 특별상여금 33억원을,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은 2005년 직원월동보조비 교과운영관리비 등으로 30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2003, 2004년 16억원을 특별격려금으로, 요업기술원은 특별상여금으로 13억7,500만원을 임ㆍ직원에게 나눠줬다.
제멋대로 인사관리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전기안전공사는 2003~2005년 52명의 신규 직원을 특별채용했다. 이들은 일반 공채와 달리 필기시험 등 전형 절차를 생략하고, 인사위원회의 심의만을 거쳤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 가운데 16명이 김모 전 사장 친구의 아들, 전직 간부의 친목회 모임 회원의 딸 등 공사 간부 지인의 자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연구원의 절반 이상(58.4%)은 모두 책임연구원이다. 아무런 근거 규정도 없이 하위직 연구원을 상위직으로 과다하게 승진시킨 결과, 인건비 부담만 늘어난 것이다.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은 승진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이 자신을 1급으로 승진시키거나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성적 평점을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건설교통부 산하 대한주택보증㈜는 2005년 1월 주택금융부를 신설하고 15명의 인력을 증원했으나 이들은 9개월 동안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
비자금 조성 등 불법 행위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2001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기관 홍보용 달력과 쇼핑백 등 제작하면서 계약보다 훨씬 적은 수량을 제작하고 그 차액을 돌려 받는 방법으로 1억857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돈은 주로 노조 집행부에 대한 향응이나 강모 전 원장의 활동비 등 개인경비로 쓰였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강 전 원장 등 비자금 조성 관련자에 대해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손실을 보전하라고 통보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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