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고요? 주초부터 들려온 장마 예보에 한숨부터 쉬셨다고요? 이건 어떻습니까. ‘장마가 맺어준 인연.’ 여기 얼마 전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 있습니다. 장마철 한 우산을 쓴 게 인연이 돼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덕분에 아주 특별한 첫 데이트를 추억할 수 있는 장마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그 날 밤, 그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그 여자의 이야기
지난해 7월초, 장마철이긴 했지만 그날은 ‘해도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우리는 조금 늦은 시간에 만났습니다. 동문회 선후배, 그리고 그 후배의 회사 동료 등으로 이리 저리 가지를 친 친목 모임이 즉석에서 마련됐습니다.
그와 저는 그전에도 이런 식으로 두세 차례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4년이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를 만날 때마다 제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던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스쿼시를 함께 쳤을 때는 우스꽝스러운 머리핀을 꽂고 있기 까지 했지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에게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늦은 저녁을 먹고 모임은 노래방으로 이어졌습니다. 새벽 1시쯤 됐을까. 갑자기 그가 절 데려다 주겠다고 합니다. 평소대로라면 그는 동문회 남자후배와, 저는 한 동네에 사는 회사 후배와 함께 묶여야 정상인데 말이죠.
비가 그토록 쏟아지는 날, 우산은 왜 하나뿐이었던 걸까요. 어라? 그는 자연스럽게 제 어깨에 팔을 둘렀습니다. 그리고 집에 거의 다 왔을 때쯤 그가 한 말- “키스해도 될까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저는 저답지 않게 아니라는 말을 못한 채 그의 입술을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참 기분 이상했습니다. 그냥 조용히 이 일을 넘기려고 애쓰던 제게 며칠 후 그가 전화를 해 왔습니다.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요. 저와 정식으로 사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는 석 달 만에 결혼을 약속했고 지난 5월 결혼했습니다.
사귄지 두 달된 9월 제 생일날, 휴가까지 내고 직접 꽃을 사 들고 회사로 찾아온 그를 보고 제가 크게 반가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삐쳐 있기도 했던 이 귀여운 남자가 그날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요. 이게 다 장마 덕분입니다. 장맛비가 아니었다면, 한 우산을 쓰는 경험도, 그와 인생의 한 배를 타는 행복도 저와는 거리가 멀었을 겁니다.
▲그 남자의 이야기
사실 그녀에게 관심을 둔 것은 함께 스쿼시를 쳤을 때부터입니다. 후배와 간단히 늦은 저녁을 하기 위해 들른 일본식 선술집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지난해 5월의 일입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그녀와 후배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라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합석한 자리, 탁구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던 대화 주제가 우연히 스쿼시로 모였습니다. 저는 당시 스쿼시를 배우려고 한창 고민 중이었거든요. 마음이 통한 것일까. 그녀도 그럴 생각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 셋은 자연스럽게 스쿼시를 함께 배웠습니다.
동갑임에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던 우리는 스쿼시 파트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저를 만날 때면 질끈 묶은 머리에 앞머리에 머리핀까지 꼽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왔을까요. 그렇지만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헝클어진 모습으로 운동에 몰입해 땀을 흘리며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가 어찌나 예쁘던지요. 하지만 제게는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참 괜찮은 여자였지만 저 때문에 복잡한 처지에 놓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그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지인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이는 그 자리에 그녀도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용기가 났습니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를 즈음 제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낸 겁니다. 키스해도 되겠느냐고요. 키스한 상태로 아마 한 시간쯤을 흘려 보낸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는 지금 부부입니다. 장마가 이렇게 좋은 것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녀에게 관심은 있었지만 다가설 수 없었던 저게 비와 우산은 고마운 구실이 되어주었으니까요.
빗속에서 운명적인 첫 데이트를 한 지도 벌써 1주년이 돼 갑니다. 그날 이후 제 생활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결혼을 하고 인생의 동반자가 생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제 장마철이 돌아오는 게 반갑기만 하니까요. 이번 장마에는 집에서 좋은 영화를 보며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장마철 건강관리, 씻고 끓이고 말려라
장마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아이디어로 아무리 무장한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헛수고다. 눅눅하고 음습한 환경은 우리의 몸도 공격대상에 포함시킨다. 각종 세균이 번창하는 탓에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고 습기에 취약한 피부는 각종 트러블에 노출된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면역기능 마저 떨어지는 몸을 ‘장마의 재앙’으로부터 대피시켜줄 정보를 모아봤다.
●곰팡이, 몸을 습격하다
장마철은 온도가 높으면서 습도도 높기 때문에 곰팡이균이 번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음식뿐 아니라 우리 몸에도 곰팡이균으로 인한 질환들이 극성을 부린다. 곰팡이는 머리, 수염, 손, 사타구니 등 몸 어디에서나 번식을 해 무좀, 완선, 어루러기, 칸디다증을 유발한다. 김미영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곰팡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깨끗이 씻고 잘 말려주는 게 첫번째 원칙”이라며 “땀을 많이 흘린 날은 반드시 목욕을 하고 물기가 남기 쉬운 발가락 사이, 겨드랑이 등은 확실히 말리며 꼭 죄는 신발, 옷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와 땀에 젖은 옷과 신발은 체온까지 더해져 곰팡이균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양말이 젖었을 경우 반드시 바로 깨끗한 양말로 갈아 신고, 신발이 젖었다면 완전히 마를 때까지 신지 않아야 무좀을 예방할 수 있다. 젖은 바지를 그대로 놔두는 일이 많다면 완선 감염의 우려도 따른다.
김현주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은 “더운 장마철이라도 적당한 난방을 유지하면서 에어컨을 사용해 집안에 습기가 쌓이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김없이 심해지는 관절통
장마철에 관절통이 심해지는 이유는 뭘까. 날씨가 관절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지만 저기압과 습기가 신체내 압력과 불균형을 이뤄 통증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날씨가 나쁘면 기분이 우울해져 통증을 쉽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성민 힘찬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장마철엔 관절 속에 있는 염증이나 기관이 팽창되며 또한 감각이 예민해져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정형외과를 찾는 노인들이 크게 늘어난다”며 “장마철이라고 실내에 오래 머물면 관절이 더 뻣뻣해지며 경직되는 만큼 적당한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절염 통증이 심할 때 가장 좋은 자가관리는 찜질이다. 평소에는 온찜질을 해 관절 내 혈액순환을 돕는 게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 반면 외출을 하고 난 후, 일을 마친 다음 무릎에 열이 있거나 부기가 올라온다면 냉찜질을 해야 좋다. 만일 부기가 없는데도 냉찜질을 계속하면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조심, 또 조심. 집단 식중독
지난해 수도권 초ㆍ중ㆍ고등학교를 휩쓸었던 노로 바이러스로 인한 집단 식중독의 배후에도 물론 장마가 버티고 있었다. 1년 중 가장 고온 다습해 세균이 쉽게 번식하는 장마는 무엇보다 전염성 질환으로 우리의 몸을 위협한다. 식중독 뿐만이 아니다. 이질, 콜레라와 같은 감염성 설사에서 장티푸스에 이르는 많은 감염 질환이 버티고 있다.
이들 질환을 피하는 방법 중 최우선은 오염된 음식, 물을 먹지 않고 주변에 세균이 번식할 환경을 없애는 것이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히 고기를 구울 때 다른 계절보다 더 속이 노릇해지도록 조리하는 게 중요하며 고기에서 나오는 물도 모두 제거되도록 충분한 시간동안 조리해야 수인성 질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다. 간질환이 있거나 면역이 저하되는 다른 병이 있는 환자는 장마동안 어패류를 날로 먹는 것을 삼간다.
●긍정적 생각이 우울증 예방
햇빛이 줄어드는 장마는 우울증 증세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장마철에 나타나는 우울증은 일조량이 줄어 찾아오는 계절성 우울증의 일종으로 장마의 기간이 짧기 때문에 보통 심각한 수준까지 치닫지는 않는다.
장마철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에 비해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우울증은 불면증, 식욕저하가 나타나지만 장마철의 경우 잠이 너무 많이 와 하루종일 누워지내고 식욕도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 결국 살이 찌는 결과를 부른다.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장마철에는 긍정적 생각과 즐거운 마음, 규칙적이고 고른 영양섭취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울증 : 일조량이 줄어드는 장마철에도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고 먹구름이 끼면 인체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을 줄여 결국 신체리듬 이상에 의한 우울塚?일으킵니다. 긍정적인 생각, 규칙적인 영양섭취가 도움이 됩니다.
안구충혈 : 장마철이면 대기 중 오존농도가 높아져 오존주의보가 자주 발효됩니다. 심한 오존농도에 노출되면 눈의 이물감, 충혈, 따가움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 마스크로도 해결되지 않으니 오존농도가 높을 때는 되도록 외출을 피하세요.
알레르기 질환 :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크게 번식하는 집먼지 진드기는 천식, 호흡기질환, 가려움증 등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부릅니다. 습도를 떨어뜨리고 온도를 낮추는 에어컨을 적절히 사용하고 침구는 삶은 후 햇볕에 말려야 해요.
식중독 : 장마철은 수인성 감염질환이 창궐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개인 위생관리에 철저해야 하죠. 간이 좋지 않았다면 생선회를 피하고 고기를 구울 때 평소보다 바짝 익혀서 먹는 게 안전합니다. 여행객은 장티푸스 예방접종도 필요합니다.
무좀 : 발가락 사이가 부풀고 하얗게 문드러지는 무좀. 장마철을 기점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비로 인해 양말이나 신발이 젖으면 바로 갈아 신고 발은 씻은 후 꼭 완전히 말리는 게 예방의 기초입니다. 식초 등 민간치료요법은 위험하니 꼭 처방을 받으세요.
관절통 : 신체의 기상청으로 불리는 관절. 비가 자주 오는 장마철이면 신기하게 더 아프죠. 저기압, 습도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 데 날씨 탓으로 외부활동이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찜질과 스트레칭으로 건강하게 관리하세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비 오는 날 사진은 예술이죠"
어서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듯 빗방울의 연주가 시작됐다. 이창재(36) 라이트하우스 실장은 창 너머 펼쳐지는 풍경을 한 번 더 확인하더니 잰 손을 놀린다. 서두르지 않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비의 향연이다. 관람시간에 끝나기 전 어디든 떠나야 한다.
사진 촬영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 것은 저변인구 확대라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풍경이 좋은 곳, 이름이 좀 알려진 곳이면 어김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부작용을 낳았다. 맑은 날 드넓게 펼쳐진 녹차밭을 뷰파인더에 담으려 렌즈를 들이밀지만 어김없이 낯선 이방인이 사진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할 말이 없지만 그가 생각하는 작품은 ‘전혀!’ 아니다.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비오는 날 차 안에서 셔터를 눌렀어요. 비오는 날이 대부분 그러하듯 빛이 풍부하지 않아 사진이 많이 흔들렸죠.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지만 차분한 느낌을 가진 사진이 더 없이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때부터 그의 우중촬영(雨中撮影)은 시작됐고, 이제는 예찬론을 펴는 경지까지 다다랐다.
“사진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 아름답게 표현될 지를 느끼면서 찍어야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용한 가운데 깊게 생각하고, 관찰력을 끌어올리는 데 최적의 환경은 비오는 날입니다.”
이 실장이 자주 찾는 곳은 강화도나 변산반도다. 좋은 풍경이 갖춰진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있어 누구라도 그럴 듯한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더구나 비가 오는 날은 차도 많지 않으니 금상첨화. 빗방울 맺힌 차창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산과 들, 바다…. 뷰파인더에 눈을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다 보면 탄성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메모리카드에 수북이 쌓인다.
비까지 오는데 차를 몰고 멀리 나가기 꺼려진다면? 이 실장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닿을 수 있는 고궁과 공원을 추천했다. 고궁의 처마 밑, 공원의 정자 아래서 의외로 많은 것을 건질 수 있다. 처마 밑에 매달린 물방울이 그렇고, 떨어진 물방울이 만든 조그만 샘이 그렇다. ‘그곳’에 가는 정성만 있으면 찍을 거리는 지천으로 널렸다. 한 가지 팁. 삼각대는 필수다.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 카메라를 조작할 수는 없는 일. 게다가 부족한 빛 때문에 느려진 셔터 속도(카메라는 빛을 담아내는 기기다. 상이 맺힐 정도로 빛을 담아내려면 조리개를 크게 열거나 셔터 개방 시간을 늘려야 한다)를 만회하는 데도 삼각대는 요긴하다.
“비오는 날은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잘 찍지 않기 때문에 못 보던 풍경을 담을 수 있습니다. 셔터 누르기를 주저하지 마세요. 흔들림 있는 그대로가 예술입니다.” 전문 사진작가도 권하는 비오는 풍경, 메모리카드 가득 담아올 일이다. 고마운 장마는 이미 시작됐다.
▲스튜디오 ‘라이트하우스’를 공동 운영하는 이창재 실장은 <까사리빙> (시공사) <레이디경향> (경향신문사) 등 잡지에 인테리어와 신제품 사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레이디경향> 까사리빙>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비 오는 날 책방엔 운치있죠
“비 오는 날 헌책방에서 나는 책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시죠?”
권윤구(34) 북코치는 “사람들이 장마를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찾아가는 길은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장마철의 헌책방 나들이만큼 운치 있는 일이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장마 때는 최인훈의 소설 <화두2> 를 헌책방에서 찾아내 뛸 듯이 기뻤지요. 우리나라는 신간 위주로 책이 유통되다 보니 발매 6개월만 지나도 원하는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화두1> 만 읽고 궁금해 하던 차였거든요.” 화두1> 화두2>
요즘은 게임과 영화로 유명한 <배틀 로얄> 의 원작 소설을 찾는 중이라고. 배틀>
권 코치가 장마의 매력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형 서점 나들이의 강점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은 맑은 날에도 무척 자주 가는 제 놀이터입니다. 특정 서점을 자주 가다 보면 마치 그곳이 제 개인 서재인 것처럼 책의 배열이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야외 나들이가 어려운 비오는 날은 당연히 서점에 꼭 갑니다. 대형 서점은 카페테리아와 푸드코트 등 휴식공간까지 갖춰서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거든요.”
권 코치는 휴가시즌을 앞두고 여행 계획과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장마라는 점도 강조했다. 예컨대 최근 읽은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체험여행 31가지> 처럼 독특한 시각을 담은 여행기가 많이 나와 있어 이를 읽는 것만으로도 ‘럭셔리한’ 장마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런던에 가면 대영박물관 구경 대신 뮤지컬을 감상하고 태국에서는 마사지 스쿨을 다니는 체험 여행을 올해는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죽기>
그렇다면 장마 기간 내내 책만 읽는 것일까. 그는 “내 책을 쓰기에도 장마만큼 좋은 때가 없다”고 했다. “나처럼 1인 기업으로 활동하는 사람의 경우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책을 쓰는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글을 쓰고 있으면 그 자체가 바로 명상이요 삶의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권윤구 북코치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고 독서가이드를 해주는 전문 코치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일로 시작해 지금은 약 1만 명이 그의 북 리뷰를 받아보고 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7人 7色, 장마 Fun하게 보내기 노하우
●강우현(남이섬 사장)
녹음에 물이 가득 오르는 장마는 작은 모종을 옮기기에 적기다. 동네 골목이나 도로변에 살펴 보면 이름은 모르지만 예쁜 잡초들이 자라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들을 집안에 있는 빈 화분에 옮겨 보는 것을 권한다. 푸른 식물을 붙들고 일하다 보면 눅눅한 장마 스트레스는 말끔히 사라진다.
●권준수(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병원은 항상 쾌적하기 때문에 비가 며칠씩 내려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다만 퇴근 후 습도가 높아 짜증이 나거나 능률이 오르지 않으면 조깅을 주로 한다. 저녁 늦게 퇴근해서 비를 맞으며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확실히 기분전환이 되는 것을 느낀다. 비올 때는 웬만하면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 있는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도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조성경(패션 디자이너)
비를 너무 좋아해서 비만 내렸다 하면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로 달려간다. 커피 향을 맡으며 빗속에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 오는 날이면 더 화려해지는 다양한 우산과 옷차림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압구정동 시네시티 옆 골목가에 있는 홈스테이드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테라스 카페. ‘비오는 날의 수요일’이라는 모임도 갖고 있다. 영화 <발레교습소> 를 만든 이미연감독, <아나키스트> 의 유영식감독, <마음이> 의 오달균감독, 연기자 박시은 등이 주요 회원들. 비 오는 날이면 내가 운영하는 라뚤 매장에 모여서 웬만한 소믈리에 뺨치는 유영식감독의 주재 아래 와인 맛도 보고 인생 이야기도 나눈다. 마음이> 아나키스트> 발레교습소>
●김정대(민주노동당 정책국장)
시설이 잘 갖춰진 찜질방에 간다. 수영장, 트레드밀 등 웬만한 피트니스 클럽보다 더 나은 시설을 자랑하는 찜질방이 많아 잠시나마 장마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 평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가족들과 시원한 실내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다.
●신성록(배우ㆍ뮤지컬 <댄싱 섀도우> 주인공) 댄싱>
장마철 공연이 없을 때면 늘 다른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보러 다닌다.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공연장에서 멋진 배우들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거센 장맛비라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친한 배우 오만석, 엄기준, 김장섭 등과 소주 잔을 기울이며 공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장마철 필수코스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신 뒤 비를 맞으며 거리를 걸으면 최고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오제형(방송인ㆍ홍보대행사 프레싱크 대표)
친구들과 만화책을 보며 와인 잔을 기울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1집 앨범이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보사노바 컬렉션을 틀어 놓는다면 금상첨화. 이 두 앨범 수록곡을 아이팟 믹서기로 믹싱해 우리만의 컴필레이션(편집) 음반을 만드는 놀이도 한다. 최근엔 엽기적인 음악학도들을 다룬 일본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에 푹 빠져있어 장마철이 더 기대된다. 노다메>
●제임스 페이튼(모엣 헤네시 코리아 사장)
영국인에게 비오는 여름 날씨는 꽤 익숙해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일수록 집에 가만히 있기보다 오히려 래프팅 같은 활동량이 많은 운동을 즐기는 것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비가 오는 주말에는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즐기거나 파크하얏트서울에서 샴페인 브런치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 장마철 사진 이렇게 찍어라
●비가 오는 날은 빛의 양이 부족하게 마련. 빛을 담는 카메라 조작도 볕이 좋은 날보다 어렵다. 그렇다고 자동모드로 처마 밑에서 빗줄기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면 배경은 어두컴컴하고 빗방울만 동동 뜬 ‘매트릭스 사진’만 감상하게 된다.
●우선 무엇을 찍을 것인지를 정한다. 빗방울을 강조하고 싶다면 촬영모드를 수동(M)으로 맞추고, 초점모드를 자동(AF)이 아닌 수동(MF)으로 전환한다. 초점을 비가 떨어지는 거리에 맞추면 일단 준비 완료. 셔터 스피드로 빗줄기의 길이를 조절하고, 조리개로 사진 속 빗줄기의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
셔터 스피드가 짧으면 빗줄기의 길이도 짧아지고, 조리개가 많이 열리면 초점 범위가 좁아지면서 빗줄기의 개수가 줄어든다. 광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플래시를 사용할 경우에는 외장형 플래시로 벽이나 천장으로 빛을 쏴주는 ‘바운스’를 이용해야 전체적으로 밝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비오는 날 풍경은 꼭 빗줄기나 빗방울을 담아야 좋은 것은 아니다. 비 오는 날의 우울한 분위기와 쓸쓸함이 묻어나는 풍경도 좋은 피사체가 된다. 먼저 카메라 초점모드를 셔터우선(Tvㆍ셔터 속도에 따라 적절한 조리개 값이 자동으로 결정되는 모드)으로 한다. 피사체의 명암에 따라 셔터 속도를 조절해가며 노출계에 빨간 표시가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셔터 속도를 줄여 흔들림을 최소화하자. 평소 사용하던 감도(ISO)에서 한두 단계 높이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도움말 디씨인사이드 (설명은 수동 기능이 있는 디지털카메라 기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