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리돌피 / 아카넷최고의 마키아벨리 전기 "무엇보다 그는 시인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1527년 6월 21일 58세로 사망했다. 군주(정치가)는 권력을 위해서는 여우의 책략과 사자의 무력을 사용해야 하며 신의 두텁고 고결한 인격자로 보여야 하지만 ‘실제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군주론> 에서 그가 설파한 생각은 근대 정치사상의 기원이 됐고, 마키아벨리즘이란 말은 권모술수와 동어의가 됐다. 군주론>
그렇다면 인간 마키아벨리는 어떤 인물이었는가. 이탈리아의 문헌학자ㆍ역사가 로베르토 리돌피(1899~1991)는 <마키아벨리 평전> 을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흔히 하듯이 비르투ㆍ포르투나 개념에 관해서, 혹은 ‘영혼보다 더 사랑하는 조국’에 대하여 모호한 말들을 늘어놓지는 않을 것이다.” 마키아벨리>
비르투(virtuㆍ용기)와 포르투나(fortunaㆍ운명)의 대결, 그것은 마키아벨리 정치사상의 핵심인 세계관이다. 리돌피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을 가타 부타 따지기보다, 엄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그의 실제 말과 행적을 드러냄으로써 그 인간적 면모를 복원한다.
리돌피가 그렇게 해서 도달한 마키아벨리는 한 마디로 ‘시인’이다. 그가 마키아벨리에게서 본 것은 현실정치라는 냉혹한 이익의 각축을 과학적으로 관찰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언제나 예술가의 즉흥성과 열정과 이상 속에 녹여내는, 냉소적이지만 동시에 예민하고 열정적인 ‘시인의 정신’이었다.
최고의 마키아벨리 전기로 꼽히는 이 평전은 그대로 빼어난 문학서이기도 하다. 전기이든 역사서이든 학술서이든, 모든 훌륭한 글은 결국 예술과 통한다는 것을 리돌피의 이 책은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리돌피가 마키아벨리의 글을 ‘신이 내린 글(divina prosa)’이라 한 것과 같은 이유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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