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21일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 자격으로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힐 차관보의 방문은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비핵화 해법에 관한 북측의 중대제안 가능성이 주목된다. 미 고위당국자의 평양 방문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 방북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미 국무부 및 외교통상부,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에 따르면 1박2일 일정으로 방북한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군용기 편으로 출발, 낮 12시35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으며 22일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힐 차관보는 평양 도착 직후 “(방코델타아시아 북한자금 송금문제로) 올 봄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메울 것을 희망하며 이번에 좋은 토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김계관 부상, 강석주 제1부상 등 외무성 고위층과 한반도 비핵화 및 북미 관계정상화 조기 이행 문제를 집중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6자 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2ㆍ13합의의 핵심인 영변 핵 시설의 연내 불능화와 이에 상응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 북미관계 정상화 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 당국자는“대통령 특사자격은 아니지만 미 행정부 최고위층의 재가에 따라 방북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해 힐 차관보가 조지 W 부시대통령의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날 “힐 차관보가 북측이 과거 파키스탄의 압둘 칸 박사로부터 획득한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 장비를 구입하겠다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HEU는 한미당국이 확인하지 못한 북핵 의혹 중 하나로, 6자회담 당시 미측은 HEU 의혹해소를 북측에 요구한 바 있다.
힐 차관보는 22일 서울로 돌아와 우리 측에 방북결과를 설명한 뒤 일본을 경유, 워싱턴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북측의 힐 차관보 초청은 영변 핵 시설 폐쇄 협의를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 초청 직후 뉴욕채널을 통해 이루어졌고, 미 행정부는 19일 방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힐 차관보의 방북을 계기로 북측의 초기조치의 조기이행 전망이 제기됨에 따라 한미당국은 내달 초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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