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30ㆍ금강제화 마케팅실 대리) 윤일석(32ㆍ현대캐피탈 자동차할부영업팀 대리)
그 동안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질문에 “소개팅”이라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화제를 돌리곤 했던 저희들이었습니다. 단지 남들이 경험하기 힘든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인연을 맺었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지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매서운 추위와 함께 신년을 맞이해야 했던 지난해 1월의 일곱번째 날, 우리는 처음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제서야 얼굴을 확인한 겁니다. ‘미팅2030’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미 서로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처음에는 저도 솔직하게 “인터넷으로 만났어”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 달리 사람들은 ‘으하하”, “어머머” 큰 소리로 웃으면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심지어는 “조심해, 요즘 이상한 사람들 많대”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머쓱해서 그냥 “소개팅으로 만났다”고 해 왔던 겁니다.
인터넷 미팅 사이트를 접했을 때는 저도 ‘이런 것까지 해서 결혼해야 하나’, ‘괜찮은 사람이 있기는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회의와 의심 속에 조심스럽게 접속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인연은 따로 있다더니 저희 둘은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할 따름이에요.
이렇게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저희는 연애 초기에는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두 손을 꼭 붙잡고 다녀서 “다 늙어서 웬 주책이냐”는 주위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을 피할 수 없었을 정도예요. 만난 지 100일이 될 때까지는 거의 매일 만나면서 사소한 다툼 한번 없어 ‘내 나이 서른에 진짜 내 반쪽을 만났구나’하고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00일이 지난 후 상황은 급변하더군요. 서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하나 둘 생겨나는가 하면 일 때문에 바쁘다며 소홀해지는 그의 모습에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게다가 결혼을 생각하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은 정말 현실이라는 말을 절감했습니다. 하긴 서로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니까요.
수많은 다툼과 화해, 이별 선언과, 재결합의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21일 저희는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이벤트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남편이 미사리 카페를 빌려서 프로포즈를 하던 날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저는 감격한 나머지 “나랑 결혼해 줄래?”하는 그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 채 고개만 연신 끄덕였습니다.
가끔은 마냥 아이 같고 여전히 무심한 면도 있지만, 뱃살 좀 빼라는 제 잔소리에 “왜 나도 옆에서 보면 완벽한 S라인이야”라면서 엉덩이와 배에 힘을 꽉 주는 신랑이 저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답니다. 오랫동안 예쁘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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