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망생의 필독서인 스타니슬라프스키의 <배우수업> 을 만난 것이 시작이었다. 중고 신인 임채홍(28)은 1997년 EBS 청소년드라마 <감성세대> 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다. 감성세대> 배우수업>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만 갖고 부산에서 무작정 상경했다. 고등학생 신분이었다. 가슴 속은 <배우 수업> 의 문구로 가득 차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어요. 한 페이지를 붙잡고 2시간 넘게 씨름도 해봤죠. 그래도 그게 즐거웠어요. 데뷔 10년차라고 하지만 사실 제대로 활동을 못 했어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해 보려고 해요. 당연히 신인의 마음이죠.” 배우>
임채홍은 MBC 수목미니시리즈 <메리대구 공방전> (극본 김인영ㆍ연출 고동선)에서 이소란(왕빛나) 아버지의 비서인 ‘꽁치’로 등장해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캐릭터요? 글쎄요. 사실 설명하기 애매해요. 비서지만 운전도 하고, 잔심부름도 하죠. 주위에서 극중 꽁치가 본명이라고 많이 물어보세요. 맞아요. 처음에는 저도 어색했는데 이제는 친숙하고 애착이 가요.” 메리대구>
<배우수업> 이 고등학생 때 연기 스승이었다면, 대학생 때 만난 스승은 중견배우 이순재씨다. 임채홍은 이순재의 제자다. 세종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지난해 졸업했지만 연기를 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연기에 앞서 인격을 배웠죠. 배우니까 연기를 잘 해야 하지만 그전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직업이니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배우가 되라고 강조하셨죠.” 배우수업>
<메리대구 공방전> 을 통해 새 막을 연 임채홍은 “이제 시작이다”고 힘주어 말한다. 인고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최근에는 소유진 등과 함께 4부작 드라마 <램핑> 촬영을 마쳤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기대도 남다르다. 램핑> 메리대구>
하반기에는 영화출연까지 앞두고 있다. “KBS 예능프로에 꽤 비중 있게 출연했는데 ‘통편집’을 당한 적이 있어요. 제 모습이 사라져 버린 거죠.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했어요.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인기 있는’ 배우에 앞서 ‘철학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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