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홈런왕의 모습은 더 이상 아니었다. 그러나 홈런을 치고 난 후 펼치는 특유의 세리머니는 그대로였다. 1989년 빅리그 데뷔 이후 18시즌 만에 세운 대기록이었기에 기쁨에 찬 제스처는 더욱 극적이었다.
21일(한국시간) 텍사스주 알링턴 레이전스 볼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카고 컵스전. 홈팀 텍사스가 4-1로 앞선 가운데 레인저스의 슬러거 새미 소사(39)가 5회 2사후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를 1-2로 유리하게 끌고 간 소사는 상대 선발 제이슨 마르키스의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리자 벼락 같이 방망이를 돌렸고, 중심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메이저리그 통산 5번째 개인 통산 600홈런의 대기록이 수립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홈런임을 직감한 소사는 제자리에서 트레이드 마크인 ‘점프 세리머니’를 선보인 뒤 3만7500여 홈 팬들의 열광적인 기립 박수를 받으며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 덕아웃에 들어온 뒤에도 팬들의 환호가 이어지자 소사는 2차례나 그라운드로 나와 ‘커튼 콜’에 답했다.
소사는 이로써 행크 에런(755개), 배리 본즈(748개), 베이브 루스(714개), 윌리 메이스(660개)에 이어 5번째로 ‘600홈런 클럽’에 가입했다. 또 통산 600홈런을 친 최고령 선수이자 현역으로는 본즈에 이어 2번째.
92년부터 13시즌이나 뛰었던 친정팀 컵스를 상대로 대기록을 세운 소사는 “위대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정말 행복하다. 훗날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기억할 것”이라며 “모든 팬들이 내게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오늘 밤을 정말 잊지 못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98년 당시 마크 맥과이어와 세기의 홈런 대결을 펼치며 66홈런을 기록한 소사는 빅리그 사상 첫 4년 연속(98~2001년) 50홈런의 금자탑을 쌓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03년 코르크 부정 배트와 2004년 스테로이드 복용 파문에 휩싸여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뛸 팀을 찾지 못해 일본과 한국 프로야구 진출설도 나돌았지만 올시즌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소사는 “한때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몰랐을 정도로 미래가 막막했다. 지난 1년을 쉬었지만 복귀를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나를 응원해준 사람들도 많았다. 그 덕분에 오늘 이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감격에 찬 소감을 밝혔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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