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선거법상 중립의무 위반 결정과 관련, “정치인인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이르면 2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관위 결정에 대해 헌법 쟁송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며, 권한쟁의심판청구보다는 헌법소원쪽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헌법소원 제기 사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개인의 정치적 표현 자유는 국민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이 대통령이란 이유로 제한된다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조항에 대해 헌소를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대통령이 헌소를 제기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학계에는 ‘헌법소원은 국민 개인이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 받았을 때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권력의 주체이자 상징인 대통령은 헌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견해가 다수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헌소를 선택한 것은 대선 정국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 실장은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권한쟁의심판청구쪽이 맞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었지만, 국민 눈에 대통령과 선관위 사이의 다툼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어서 헌법소원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관리의 중립성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지만 그것과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동민 상명대 법학과 교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공인으로서 한 것이므로 국민 개인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도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를 갖지만 이번 발언은 대통령의 지위와 연결돼 나온 것인 만큼 기본권 침해로 볼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 주변에선 청와대가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먼저 대통령이 헌소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의 판단에 따라 헌재가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본안 심리에 들어갈 경우 노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의 중립의무 준수 요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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