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우천리그’가 시작됐다.
21일부터 전국이 장마 전선의 영향권에 들면서 한동안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지난 96년 이후 맥이 끊긴 400만 관중 돌파의 희망에 부풀어 있어 관중 동원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이는 장맛비가 그다지 달갑지 만은 않다. 사상 유례없는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8개 구단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은 기세가 한풀 꺾이는 반면 연패 중이거나 부상 선수가 많은 팀은 재충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행히도 지금
총체적 난국에 빠진 최하위 KIA는 구세주와도 같은 장마다. KIA는 1,2군 코칭스태프 개편과 조범현 코치의 영입, 이종범의 2군행 등 연이은 충격요법에도 연패 사슬을 끊지 못하고 있다. 20일 광주 한화전까지 최근 5연패. 1위 SK와는 10.5경기, 7위 롯데와도 4.5경기나 벌어져 사실상 올시즌을 단념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KIA는 21일까지 한화와 경기를 치른 뒤 22일부터는 두산과 만나게 돼 있어 대진에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시즌 초 돌풍을 일으켰던 롯데도 눈에 띄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3승7패에 머물며 6위 삼성에 2경기차 뒤진 7위에 머물고 있다. 최근 2경기 연속 SK에 영봉패를 당하는 등 극심한 집단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톱타자 이승화마저 20일 부산 SK전에서 왼 손목 인대를 다쳐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차라리 장맛비로 인한 휴식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쪽이 나아 보인다. 현대에 일격을 당한 두산도 이대수가 20일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우천 취소는 꿀맛 같은 휴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필이면 지금
하늘이 원망스러운 팀은 단연 현대와 LG다. 현대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을 쓸어 담는 무서운 상승세로 선두 두산에 2.5경기차 뒤진 단독 4위로 진입했다. 타격 1위를 달리던 이숭용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 오히려 탄력을 받고 있다. 홈런 단독 1위(17개)로 올라선 클리프 브룸바를 축으로 한 강타선은 팀 타율 1위(0.276)를 자랑 중이다.
LG도 20일 5연승이 중단되긴 했지만 특유의 ‘신바람’을 앞세워 승수 쌓기를 하고 있어 장마 예보가 반갑지 않다. 장맛비 이후에도 상승무드를 이어가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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