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자가 옆 마을에 사는 여중생을 납치, 22일간 감금한 상태에서 같은 마을에 사는 다른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여중생 납치사건 수사 과정에서 유력 용의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살인사건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오후 7시50분께 충남 보령시 남포면 제석리 김모(53)씨 집에서 김씨 부부와 노모(83) 등 3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마을에 사는 이모(32ㆍ무직)씨가 비슷한 시각 김씨 집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는 주민의 말에 따라 이씨 검거에 나섰으나 이미 잠적한 뒤였다.
이씨는 범행 1시간 뒤 자신의 집에 감금해온 여중생 김모(15)양을 풀어준 뒤 달아났다. 김 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9시께 마을 길에서 납치당해 경찰이 20여일 동안 주변을 수색했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김양이 감금됐던 이씨의 집과 김양 집은 야산 하나를 사이에 둔 직선 거리 3㎞ 정도의 이웃 마을이다. 더욱이 이씨는 존속살인미수 전과가 있는데도 경찰은 납치사건 수사 당시 이씨를 조사하지 않았다.
김 양은 경찰에서 “이씨가 목을 조르며 ‘소리치면 죽인다’고 협박해 자전거에 태워 납치했다”며 “이씨 집에서 쇠사슬에 묶여 감금 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께 보령시 청라면 이씨 친척집에서 이씨를 검거, 일가족 살해 및 여중생 납치 동기를 조사 중이다.
보령=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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