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한반도대운하의 타당성 검토보고서’를 공개했지만 이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이 전 시장측은 “건교부가 원본 보고서라고 내놓은 문건이 37쪽 짜리 변조된 보고서에 기초해 사후에 만들어진 또 다른 변조 보고서”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다소 무리한 주장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건교부의 원본 보고서 공개가 19일 청와대의 직접 지시에 의해 이뤄진 만큼 만약 ‘가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언론에 공개했다면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위험한 도박을 할 이유도, 시점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교부가 제시한 원본 보고서의 내용과 이용섭 건교부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측이 제시하는 의혹 중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일단 이 장관의 석연찮은 국회 발언이 우선 도마 위에 올라 있다. 19일 국회에서 이 장관은 누차에 걸쳐 “9쪽과 37쪽짜리 보고서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도 “사업비, 운송시간, 수질 영향 등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틀려 다르다”고 대답했다.
이 장관은 또 ‘두 보고서가 분량 면에서 차이가 있지 내용은 유사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품 명품이 왜 있느냐. 진품과 누가 조작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이 장관은 또 19일 문서 보고 양식, 활자체 등이 다르다고 대답했으나 실제 문서에서는 같았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답변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37쪽 보고서에 등장하는 ‘VIP’라는 용어에 대해 19일 국회는 물론, 기자들이 재차 물을 때도 “공식보고서에는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배후설의 주요 근거였던 ‘VIP’ 용어는 원본 보고서에도 등장했고, 이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일반론적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넘어갔다.
내용을 같게 볼 것인가, 다르게 볼 것인가는 해석의 차이일 수 있지만 문서양식, 활자체, VIP라는 용어 등 문제에서 이 장관 실제로 실수를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실수가 아니라면 원본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37쪽 보고서에 나오는 대운하 사업비가 원본 보고서에 비해 1조5,000억원이나 늘어난 경위, 원본 보고서에는 ‘TF(수공ㆍ국토연) 재검토는 제한적이므로 결과의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론과 함께 첨부돼 있었으나 37쪽 보고서에선 증발된 이유, ‘재검토 중간보고’라는 원본 보고서의 제목이 37쪽 보고서에선 ‘재검토 결과 보고’로 둔갑한 이유도 여전히 의문이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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