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 떠돌던 특별사면ㆍ복권을 둘러싼 정치권 추문의 일단이 처음 수사기관에 포착됐다.
더욱이 검은 거래의 핵심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를 맡았던 국회의원이 대표인 법무법인이어서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수사에서 대통령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이 금품거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게이트 없는 정부’를 내세운 참여정부의 도덕성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특사 로비는 ‘최규선 게이트’의 등장인물인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대상자를 물색해 최재천 의원이 대표인 H법무법인에 맡기는 식으로 이뤄졌다. 제이유(JU)그룹의 세금 감면 로비 혐의로 최근 구속된 김씨는 과거 자신이 연루된 사건에 최 의원을 변호사로 선임한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수임 시기는 청와대와 여당이 광복 60주년 특별사면을 준비하던 2005년 4~8월께. 최 의원은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 의견과 법무부 검토결과를 반영해 역대 4번째 규모인 422만명에 대해 특사를 단행했다.
‘벤처 캐피털의 대부’로 불렸던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회장은 2002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이사 등록이 되지 않는 바람에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서 회장은 2005년 6월 김씨에게서 “최 의원을 잘 아니 (특사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특사문제를 포함한 사건을 H법무법인에 맡기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후 김씨 측은 H법무법인 관계자와 서씨 측을 찾아가 “청와대에 건의되는 특사 명단은 여당안과 법무부안이 있는데, 두 곳에 모두 이름이 들어가도록 힘써주겠다”고 약속했다. 서씨 측은 H법무법인에 수임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지불했다. 계약에는 억대의 성공 보수를 추가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아직 최 의원의 거래내용 사전 인지 여부, 로비 관여 여부 등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H법무법인 실무자가 서씨 측을 만나 수임을 논의한 점이나 김씨와 최 의원의 친분 등을 고려할 때 최 의원의 관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법무부와 여당이 노 대통령에게 건의한 특사 요구 명단에 서씨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면 최 의원의 혐의가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최 의원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설사 법리 검토결과 특사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어서 애초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로비 대상이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최소한 사기 혐의는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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