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직장인 안모(33)씨는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제공하는 신용조회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고민에 빠졌다. 자신에 대한 3개 사의 신용도가 2, 4, 5등급으로 모두 다른데다,
평가 근거인 금융거래 기록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안씨는 "카드 발급, 신용정보 조회 건수도 회사마다 다르고, 한 회사는 나도 모르는 연체기록이 있어 깜짝 놀랐다"며 "내 신용등급이 궁금해 조회했는데 오히려 더 헷갈리게 됐다"고 말했다.
'내 신용등급 바로 알기''신용등급 관리하기' 등 개인 신용등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정보(한신정), 한국신용평가정보(한신평), 한국개인신용(KCB)이 제공 중인 신용도는, 동일인이라도 편차가 심해 어느 회사 것을 믿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3사는 지난해 말부터 각각 마이크레딧(www.mycredit.co.kr), 크레딧뱅크(www.creditbank.co.kr), 올크레딧(www.allcredit.co.kr) 사이트를 통해 잇따라 연 1회에 한해 무료로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본보 경제부 기자들이 19일 3사 사이트에서 개인 신용도를 조회한 결과는 역시 제각각이었다. 대출과 연체 기록이 없는 A기자의 신용도는 각각 1등급(921점ㆍ한신정), 5등급(755점ㆍ한신평), 3등급(783점ㆍKCB)이었고, B기자는 4등급(791점ㆍ한신정), 4등급(775점ㆍ한신평), 1등급(894점ㆍKCB)으로 나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두 회사에서 2,5등급이 나왔는데 내 신용도를 평균 3.5등급으로 생각해야 하느냐"(아이디 nowjean) "마이크레딧 8등급(579점), 크레딧뱅크 2등급(852점)인데 금융기관에서 어디 정보를 더 쳐주는지 몰라 고민"(아이디 thewoong28) 이라는 등 제각각인 개인 신용정보와 관련된 사연이 적지 않다.
신용평가사들은 "어느 정도 차이는 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평가사마다 평가 대상 고객의 금융거래 기록을 제공받는 제휴 금융사들이 조금씩 다른데다 이를 심사ㆍ평가하는 시스템도 달라 다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연체 등 부정적 기록뿐 아니라 상환실적 같은 우량 정보도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하는 KCB의 경우, 1등급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한신정, 한신평에서 1,2등급을 받으려면 대출을 받아 잘 갚았다는 기록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강경훈 교수는 "미국에 비해 신용평가 역사가 일천한 국내 업계 사정을 감안하면 초기단계의 시행착오 성격도 있지만 4등급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데이터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며 "업체마다 수집하는 정보의 양과 정확도를 높여야 편차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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