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 재판이 사상 유례없는 초고속으로 진행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는 18일 첫 공판을 연데 이어 불과 이틀 뒤인 20일 두 번째 공판을 갖기로 했다.
첫 공판에서 김 회장에 대한 증거조사 절차까지 모두 마친 만큼, 두 번째 공판이 결심(구형) 공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속도라면 이번 주 안에 선고가 내려져 1심 재판이 끝날 수도 있다.
이처럼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김 회장 사건이 ’적시(適時)처리사건’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법원 예규에 따르면 ▦처리가 지연될 경우 국가, 지방자치단체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경우 불필요하게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건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고 선례로서 가치 있는 사건 등이 적시처리사건으로 분류된다. 김 회장 사건도 여기에 포함돼 불필요하게 재판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김 회장측이 모든 혐의를 시인하고 있어 더 다툴 여지가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김 회장 측이 18일 “아구를 몇 번 돌렸다”는 등의 적나라한 표현까지 써가며 검찰의 공소 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것도 재판을 서둘러 끝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혐의를 부인했다가 피해자들이 법정에 나와 당시 상황을 증언하면 김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재점화 돼 형량이 커지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속전속결식 재판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통상의 형사사건 공판 기일이 2주 간격이고 적시처리사건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도 빨라야 일주일 간격으로 재판이 열리는 점에 비춰보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초고속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건은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 형벌권 행사의 실체를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이 사건도 굳이 재판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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