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단순한 배움이 아니라 도전의 대상이다.”
미국 워싱턴대 한국학과 2학년 로버트 루터(20)씨는 19일 경희대와 펜실베이니아대가 공동 진행하는 한국어 집중강좌 프로그램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보잉사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2005년부터 1년 동안 서울 생활을 경험한 루터씨는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관련 외교안보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그에게 한국어는 ‘생존 의 무기’인 셈이다.
미네소타주립대 아시아학과 2학년 나타샤 리베라(20ㆍ여)씨는 ‘야구’ 때문에 한국어 강좌에 참가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의 공통점에 대해 또렷한 우리말로“야구를 좋아하는 나라”라고 답한 그는 한국과 일본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진출 시키는 스카우트가 되고 싶어한다.
루터씨와 리베라씨처럼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한국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미국 명문대 소속 25명은 경기 용인의 경희대 수원캠퍼스 외국어대학관에서 8월 10일까지 우리말과 글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외국어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국가안보언어계획(NSLI: National Security Language Initiative)’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1세기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 아랍ㆍ중국ㆍ러시아ㆍ한국어 등 7개 지역 언어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부시 장학생’으로 불리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브라운대 워싱턴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존스홉킨스대 등의 학부생 18명과 대학원생 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서 프로그램 참가를 희망한 500여 명의 학생 중 최종 선발된 인재들로 18일 입학식을 치렀다.
초급 2개반과 중급ㆍ고급 각 1개반으로 나뉜 이들은 오후 1시 정규수업을 마친 후 ‘학습도우미’들과 함께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학습도우미들이 “질문이 너무 많아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보스턴의 튜츠대에서 국제안보 분야 박사과정을 밝고 있는 짐 플레티(27)씨는 “북한 핵 문제와 6자 회담에 관한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 왔다”며 “앞으로 북핵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중급반의 리베라씨는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이뤄진 한글은 수학공식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루터씨도 “ㅈ ㅉ ㅊ(구개음)같은 발음을 할 때면 혀가 아플 지경”이라며 “한국인의 다이내믹함은 힘든 발음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넸다.
학생들은 수준별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대화 기술에서부터 고급 수준의 토론까지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된다. 주말에는 서울과 판문점, 용인민속촌 등을 둘러보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예정이다.
용인=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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