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줄면 투자자, 제작자만 애가 타는 게 아니다.
극장도 마찬가지. 특히 수백 개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 체인인 경우 더하다. 5월까지 영화관객(영화진흥위원회 통계)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6%나 줄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공세로 외화관객은 20% 늘었지만, 한국영화 관객이 34.6%나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스크린수는 여전히 경쟁적으로 늘어나 지난해 1,847개에서 벌써 1,900여개로 늘어났다. 객석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 3대 메이저(CGV, 롯데, 메가박스)의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평균 2~5%나 떨어져 3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올해는 낫다. 내년이 더 문제. 할리우드의 제작주기(2년)를 감안하면 관객몰이를 할 블록버스터도 적다. 한국영화 역시 투자 위축으로 큰 작품, 흥행 감독들의 화제작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전망.
포화상태의 스크린에 조금씩 줄어드는 관객. 위기 탈출을 위해 멀티플렉스들도 머리를 짜내고 있다. CGV 이상규 팀장은 “영화 걸어 놓고 가만히 앉아 관객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극장은 ‘천수답’과 같다. 이제는 능동적인 관객유치로 살아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첫번째 전략은 차별화. 하나는 시설, 또 하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상영공간으로의 탈바꿈은 5월 서울 압구정에 10만원짜리 초호화 레스토랑식 영화관 ‘씨네 드 쉐프’를 연 CGV가 선두다.
경기 분당 오리CGV에 처음 도입한 ‘골드클래스’를 서울 상암과 용산에까지 확대했다. 누워서 볼 수 있는 좌석, 전용라운지와 와인바를 갖춘 프리미엄 영화관으로 남녀데이트는 물론 각종 이벤트와 기업체 행사에도 이용되고 있다.
여기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6~8명)끼리, 원하는 영화를 보는 ‘프라이빗 시네마’와 일반 상영관에 연인들을 위해 테이블과 칸막이를 설치한 ‘스위트박스’도 만들어 놓았다.
스위트박스의 경우 일반관람료의 2배, 골드 클래스는 주말 1인 당 3만원임에도 불구하고 9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씨네 드 쉐프’ 역시 벌써 관객 2,000명을 돌파했다. 결국 입장료 차별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영화관이 적은 관람객으로도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되고 있다는 게 CGV의 설명이다.
프로그램 차별화도 계속 시도되고 있다. 비수기, 특히 블록버스터가 없을 때는 특정 영화의 무리한 대규모 상영보다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마니아들을 유도한다는 것. 메가박스 자체 브랜드인 ‘무비온스타일’이 대표적인 사례. 극장에서 직접 작지만 따뜻하고 사랑스런 영화를 수입해 상영한다.
5월 첫 주 <스파이더맨 3> 과 나란히 메가박스 1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쉬즈더 맨> 은 객석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6주동안 12만5천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쉬즈더> 스파이더맨>
영화 상영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CGV는 마술공연을 하고, 신인가수 구정현의 데뷔 뮤직비디오를 상영했다. 3월부터 건대입구 라이브시티에서 힙합댄스배틀 경연대회까지 열었던 롯데시네마는 3월부터 ‘작가와 남남, 아름다운 책 인터뷰’란 강연회를 매달 열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7월부터는 아예 전국 6개 영화관에서 어린이 뮤지컬을 매달 1편씩 선보이기로 했다. 보다 확대된 문화공간인 이른바 메가플렉스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무작정 몸집 불리기로 어느새 공룡이 돼버린 한국의 멀티플렉스들. 살아 남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변신중이다.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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