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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2부 <2> 미국, 최강 이미지가 최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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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2부 <2> 미국, 최강 이미지가 최고는 아니다

입력
2007.06.2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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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국가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돈을 들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다. 세계에서 첫번째로 꼽히는 초강대국인 미국이 벌이고 있는 크고 작은 대외 지원사업은 사실상 거의 예외 없이 국가이미지 제고에 관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

미 국무부에서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라는 이름아래 국가이미지 제고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카렌 휴즈 차관은 대외 지원사업이라는 구체적 행동을 통해 미국 이미지를 바꾼다는 뜻에서 이를 ‘행동외교’라고 부르고 있다.

휴즈 차관이 생각하고 있는 행동외교의 성과는 그가 제시한 예에서 잘 드러난다. 동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미 해군의 병원선이 달려가 구호 활동을 벌인 뒤 방글라데시에선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87%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물론 이 같은 행동외교를 펼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아프리카 등지의 에이즈(AIDS) 퇴치기금 마련을 위해 내년부터 5년간 30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은 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2003년부터 12억7,000만 달러를 출연한 최대원조국이다. 내전에 빠진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도 2003년 이후 10억달러 상당의 식량을 지원했다.

이 같은 사업 예산과는 별도로 휴즈 차관이 집행하는 국무부 ‘공공외교’ 예산만 해도 매년 11~12억 달러에 이른다. 국무부 내에서는 이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 외교부 1년 예산이 채 1억달러에 미치는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만도 엄청난 규모다. 지난 주 워싱턴을 방문했던 한국국제교류재단 임성준 이사장은 이에 대해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국가 브랜드와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같은 행동외교를 전 세계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확산’시킨다는 자신의 외교 독트린에 접목시키고 싶어하지만 행동외교에 대한 안팎의 비판도 만만치는 않다. 달러를 앞세운 자선만으로는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휴즈 차관도 “이라크전 수행 등 때문에 우리의 행동외교가 단기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초를 다지는 일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선행을 세계인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답답해 하기도 한다.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슬람 극단세력에 의해 자행된 9ㆍ11테러 자체가 미국 공공외교, 행동외교의 실패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ㆍ11 이후 미국의 행동외교는 이슬람권에서의 반미감정 무마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행동외교가 현재의 즉각적 지원활동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미 국무부의 재정지원아래 민간분야가 주도하고 있는 각종 방문초청 및 교환, 유학 프로그램 등은 미래를 향한 인적 투자에 해당한다.

이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특징은 국무부로부터 예산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지만 그 운영은 독립적인 비영리 민간단체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교육, 문화, 과학 분야에서의 학생교환 사업인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이나 각국의 지도자, 또는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에게 미국 방문기회를 제공하는 ‘국제지도자 방문 프로그램(IVLP)’ 등은 미 정부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으로의 유학촉진을 위한 교육사절단 파견, 민간단체와의 합작을 통한 문화교류 외교의 촉진, 각국 여성 경영인들과 미국 여성 경영인들 사이의 결연 사업, 월드컵 등 스포츠 관련 청소년 초청 프로그램 등도 모두 현재 보다는 미래의 미국 브랜드 가치 향상을 겨냥한 노력들이다.

지난 5월 국무부의 지원아래 40세 미만의 이란 예술가들 작품을 워싱턴에 가져 와 전시한 ‘메리디언 국제센터’의 스튜어트 할러데이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핵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과는 공식 외교대화를 삼가고 있지만 예술은 오고 갈 수 있다”며 “이번 행사에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도 직접 참석, 미국과 이란의 미래를 기약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가이미지와 관련해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미국 사회 특유의 기부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해 6월 이미 300억 달러의 재원을 갖고 있는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307억 달러를 또 기부하기로 해 화제가 됐으나 이 같은 큰 손들 뿐만 아니라 자선을 위해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미국의 가정은 전체의 67%에 달할 정도로 미국의 기부문화는 일반화돼있다.

기부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미국이 민간외교, 시민외교를 펼치는데 든든한 자금줄이 되고 있고 기부문화 자체도 미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 셰리 뮐러 '국제 방문자를 위한…' 회장

‘국제 방문자를 위한 전미국 위원회(NCIV)’는 그들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대로 미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시민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국제지도자 방문 프로그램(IVLP)’에 따라 세계 각국의 미래 지도자들을 선정하고 초청하는 일은 국무부에서 하고 있지만 이들의 미국내 일정과 활동은 비영리 민간 조직인 NCIV가 책임을 지고 있다. 196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IVLP를 통해서 최근엔 매년 4,000여명의 세계 각국 미래 지도자들이 보통 3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가고 있다.

NCIV의 셰리 뮐러(사진) 회장은 “미국으로 와 직접 미국을 보게 하고 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게 하는 우리의 초청 프로그램은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미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라고 말했다.

-반미 감정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미국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의 미래 지도자들은 가정방문 등을 통해 미국인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고 또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는 직접적 방식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미 전역에 자원 봉사자들이 주축이 된 91개의 지부가 있다고 들었다.

“미국 시민은 미국의 대외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권리와 동시에 또 책임을 갖고 있다. 8만여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한번에 한 사람과 악수’를 하지만 그것이 쌓이면 엄청난 힘이 된다. 각 지역 지부들은 전문가들을 위한 일정이나 문화 활동, 가정 방문 등의 독자적이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놓고 방문자들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국무부로부터 지원되는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가.

“그렇지 않다. 국무부 지원은 일부에 불과하고 각 지부는 재단 및 개인의 기부, 기업회원 유치를 비롯한 회원제 운영, 기금마련 특별 행사들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자금을 스스로 조달해가며 시민외교에 나서고 있다고 보면 된다. 2006년의 경우, 자원봉사 가치를 포함한 우리의 전체 예산은 2,600만 달러를 넘었다. 국무부 지원은 400만 달러 정도로 일부였다.”

-한 사람이 3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드는 비용은.

“단체인지, 통역이 필요한지에 따라 다르지만 1만5,000~1만8,000 달러 정도 든다.”

-자원봉사 가정을 선발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있느냐가 기준이 되며 특정 기준을 정해 모집 광고를 내기도 한다. 가정방문 기회를 제공하려는 자원 봉사자들은 학력이 높고 국제적 문제에 관심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괜찮은 식사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도 갖추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미국의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많은 활동 중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이 꼽힌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널리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1946년부터 미 국무부 등의 재정지원을 받아 외국의 학자, 전문가, 대학(원)생 등을 미국에 초청하고 연구와 학업에 필요한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외국의 엘리트들을 미국으로 불러 연구와 학업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국가 이미지도 제고한 것이다.

50년간 17만4,100명이 플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연구.학업활동을 했고, 미국인 10만5,400명이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는 해외에 체류해 현지 경험을 쌓았다. 한국에서도 수혜자가 조순 한승수 한승주 등 1,000여명에 이른다.

플브라이트 프로그램의 재정은 미 국무부의 예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는 상대국들도 자국을 교환 방문하는 미국인들에 대한 장학금 및 급여 등의 예산을 배정하는 식으로 충당된다. 2006년도 미 국무부 배정예산은 1억8,460만 달러였고,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적용국들의 지원 예산은 5,040만 달러였다.

전체 프로그램의 운영은 미 외국장학이사회가 관장하며, 155개국별로 해당국 기구가 조직돼 있다. 한국의 경우, 한미교육위원단이 해당국 기구인 셈이다.

외국장학이사회는 학계나 문화계의 인사나 공직자로서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또 한국의 한미교육위원단은 양국 시민으로 균등하게 배정된 10명의 정위원과 4명의 대리위원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 지원의 골간은 교환 학자와 전문가, 대학(원)생들에게 학비와 주거비를 지원하고 연구 및 학습기관을 주선하는 일이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성공적 운영에 따라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정부 차원의 외국인 초청 연구 및 유학 지원 프로그램이 개설되는 등 주요국별로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인력교류 프로그램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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