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로 표현되는 서울 여의도. 이곳 금융가에 미국 월스트리트식 사교모임이 처음 생겨났다.
올해 3월 만들어진 사교모임인'와인과 금융.'월스트리트식 사교모임의 전형이다. 여의도에 있는 유수 증권ㆍ금융ㆍ보험사 및 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20대의 젊은 금융인들이 주축이라는 점이 특징인데, 한번 모임에 참석한 사람이 다음 모임에 한 사람씩 더 동참시키는 소위 '피라미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운영방식에 힘입어 원래 2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의 규모는 4차례의 모임 만에 50명으로 늘어났다.
'와인과 금융'의 운영방식은 월스트리트 사교모임의 그것을 그대로 벤치마킹해 만든 것. 이 방식을 최초로 제안한 NHN㈜ e-Biz전략팀의 조형진(28)씨는 "미국 맨해튼 월스트리트에는 많은 사교클럽이 존재하는데 뉴욕 금융업계에서 취직이나 이직, 정보공유 등은 주로 이 같은 사교모임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사교모임을 중심으로, 월스트리트를 이끄는 거대한 금융인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씨 역시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할 당시 뉴욕 소재 자산운용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관련 사교모임을 소개 받은 적이 있다. 정씨는 검증된 사람만 가입시키는 회원추천제, 금융으로 한정한 모임 성격, 와인 파티 등 철저한 오프라인 모임 고수 등 월가 사교모임의 특징에 착안해 처음 모임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독 금융업에서 이 같은 직장인 인맥모임을 찾기 힘들었던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업 특유의 보수ㆍ폐쇄적 조직문화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업계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올 초 시작한 '와인과 금융'이 지금까지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젊은 금융업 종사자 사이에 인맥 모임에 대한 갈증이 이미 존재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임에 참석한 서울증권의 박지원(28)씨는 "와인동호인들의 모임이기도 하지만 이 곳에서는 생생한 업계 소식을 회사에도 전할 수 있어 부서에서도 좋아한다"며 "금융업계에 이직이나 취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는 금융업계 종사자 외에도 정보기술(IT)업체 연구원, 공기업 직원 등 금융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참여하고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모임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조씨는 "조만간 회원수가 100명 정도에 이르면 관심 있는 대학생과 연계해 실질적인 정보를 나누는 한편, 직장인 스터디도 운영할 예정"이라며 "단지 폐쇄적 구조 안에서 숫자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교류 속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금융인 모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