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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악마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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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악마의 시

입력
2007.06.2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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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시디 / 문학세계사세계를 뒤흔든 책 한 권…소설보다 더한 현실

외신에 따르면 <악마의 시> 의 소설가 살만 루시디(60)가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문학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는다. 이란 정부는 즉각 “반이슬람주의의 명백한 증거”라며 영국을 맹비난하고 나섰고, 파키스탄에서는 의회가 18일 만장일치로 영국의 결정을 비난했으며 성난 군중은 영국 국기를 불태웠다.

<악마의 시> 는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다. 납치당한 제트기가 영국해협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인도 영화계 최고의 스타 지브릴과 천의 목소리를 가진 성우 참차가 추락, 각각 후광을 가진 천사와 뿔 달린 악마로 다시 태어난다.

루시디는 이들의 꿈과 현실을 교차시키는 소설 구조에 선과 악, 남과 여, 강자와 약자, 식민과 피식민의 문제를 어지러울 정도의 현란한 요설체로 풀어내고 있다.

총 9장으로 된 이 소설 제2장의 제목은 ‘마훈드(Mahound)’.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를 유럽에서 모욕적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아예 악마를 뜻한다고 한다. 마호메트(Mahomet)는 유럽인들이 무하마드를 잘못 발음하고 표기한 이름이다.

루시디는 마훈드를 ‘예언자가 된 장사꾼’으로, 그의 열두 아내는 창녀에 비유하고 있다.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악마의 시> 출간 이듬해인 1989년 루시디에게 파트와(종교법령)를 적용해 내렸던 사형 선고는 1998년 모하메드 이란 대통령에 의해 철회됐지만, 루시디에 대한 기사 작위 수여로 다시금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문명 충돌의 상징적 책이 된 셈인데, 그 사이 이슬람권의 반 루시디 시위, 책을 출간한 각국 출판사와 번역자에 대한 테러, 루시디 지지 사설을 게재한 뉴욕의 신문사 폭발 등으로 수십여명이 숨졌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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