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소집을 놓고 국가대표팀과 K리그가 마찰을 빚은 최초의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월 16일 한일전을 대비해 코엘류 감독은 7일부터 3일간 ‘특별 훈련’을 잡았다. 물론 규정에 없는 일이었다. 안양LG(현 FC서울)와 수원 삼성 소속 8명이 차출을 거부했고 결국 코엘류 감독은 소집 훈련을 취소해야 했다.
K리그가 원칙을 내세워 집단적으로 소집에 불응한 경우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 1월 전지훈련을 겸한 카타르 국제대회를 맞아 올림픽대표팀을 소집하려 했으나 K리그 연맹이사회가 이를 거부했다. 각급 대표팀의 겨울 전지훈련은 월드컵 본선 혹은 올림픽 본선이 열리는 해에만 가능한 규정을 근거로 했다.
아시안컵 개막(7월7일)을 앞두고 또 다시 대표팀 소집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역으로 K리그 쪽에서 규정을 넘어섰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을 살피면 아시안컵 본선 개막 14일 전(6월23일)에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다. 하지만 K리그는 14라운드 7경기를 바로 그 23일에 잡았다. 베어벡 감독은 23일 제주 서귀포로 훈련 장소를 택했다. 따라서 K리그 14라운드에 출전하면 대표팀 소집일자를 지킬 수 없다. 엄밀히 말해 규정 위반이다.
대표팀과 K리그 양쪽 다 할 말이 많은 상황이다. 베어벡 감독은 47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14일간의 훈련은 귀중한 시간이다. 23일 경기를 뛰고 다음날 합류하면 회복 훈련 등으로 차질을 빚는다. K리그도 답답할 따름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는 와중에 대표 선수를 다 내주고 반쪽짜리 경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때 기댈 곳은 바로 원칙이다. K리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연간 계획에 먼저 명시된 아시안컵 축구 일정과 대한축구협회의 소집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A3챔피언십 등 각종 대회에 쫓겨 ‘울며 겨자먹기’로 잡은 K리그 일정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빡빡한 일정을 탓하기에 앞서 국제축구 연간 스케줄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은 채 ‘6강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해 일정을 꼬이게 만든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애초 원칙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강조한 쪽은 K리그였다. 이번에도 원칙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편이 옳다. 앞으로의 또 다른 분란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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