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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환자' 위 '나이롱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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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환자' 위 '나이롱 병원'

입력
2007.06.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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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A병원. 병실 66개에 정형외과 등 6개 과목을 진료하는 5층 건물의 이 병원은 겉보기엔 여느 2차 진료기관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 보면 의문 투성이다.

의사는 병원장 송모(50)씨 단 한 명뿐이다. 간호사와 약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전문 인력은 아예 없다. 대신 간호조무사와 학원 실습생이 입원실과 물리 치료실을 지킨다. 낡은 치료 기자재에는 먼지가 쌓여있고 그나마 쓸 만한 X레이 촬영은 자격증 없는 병원 원무과장 이모(51)씨 몫이다.

이 병원은 그러나 운영에 아무 지장이 없다. 진짜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리치료는 물론 입원이 필요 없는 ‘가짜(나이롱) 환자’이기 때문이다.

송 원장은 의술 대신 없는 환자를 있는 환자처럼 둔갑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가볍게 다친 환자들을 입원한 것처럼 진료 기록을 꾸몄고 병원에 온 적도 없는 환자를 입원 환자로 조작해 2,600만원 넘게 벌었다.

또 멀쩡한데도 장애인으로 등록해 생계 보조금 등 혜택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심신장애진단서’를 끊어주고 2003년부터 3년 동안 수수료 9,000만원을 챙겼다.

송 원장은 가짜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해서 보험회사로부터 입원비와 치료비로 3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산업재해 환자 밥값 명목으로 8,000만원도 꿀꺽했다.

B손해사정법인은 손님을 데려다 주는 등 도우미 역할을 했다. 직원 대부분이 자격증이 없는 이 회사는 전국을 돌며 가벼운 사고로 진단서를 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 “진단서와 함께 거액의 합의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꼬드겨 A병원으로 가게 했다. 입 소문이 나자 경상도 등 각지에서 올라 와 진단서만 끊고 돌아갈 정도였다.

보험료 산정만 할 수 있는 B법인은 환자 대신 보험회사를 직접 상대하며 협상꾼 역할도 했다. 이 회사는 보험사측이 “보험료가 너무 높다”고 항의하면 금융감독원, 청와대에 인터넷 민원을 제기하며 압박해 46억원 상당의 합의금을 받아냈고 이중 4억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9일 입원비 등 4억여원을 허위 청구해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송 원장을 구속하고 B법인 김모(39) 대표 등 22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ㆍ감독해야 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병원이 몇 년 동안 버젓이 가짜, 뻥튀기 영업을 해 왔다”며 “진단서 발급 및 심사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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